[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사실상 '대출원리금 분할상환' 관행이 확대된다. 분할상환이 확대 시행되면 소득은 일정한데 당장 갚아나가야 하는 금액은 크게 늘어나 무주택자의 경제적 불안감과 주거비 부담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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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부터 가계부채의 질적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소득 범위 내에서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는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분할상환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가계부채 관리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어 이같은 방안이 포함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이행계획과 추가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대출자가 처음부터 가계대출 원금을 조금씩 나눠 갚는 분할상환 관행이 정착되면 가계부채의 위험이 완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출자가 분할상환을 선택하면 한도를 늘려주거나 금리를 인하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거의 모든 가계대출에 분할상환을 적용하고 있으며, 호주는 일시 상환 비중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권의 전세대출 분할상환 비중은 전체 3%에 불과하다. 전세대출이 끝나는 시점에 집주인에게 원금을 돌려받아 갚기 때문에 이자만 내는 관행이 굳어진 까닭이다. 금융위는 분할상환 방식을 활용하면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게 되고, 매달 대출원금이 감소하는 만큼 이자부담이 줄어 대출자의 가계부채 리스크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소득이 일정한 서민 입장에선 당장 갚아나가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커져 목돈이 지출되는 효과를 가져와 경제적 부담감이 가중될 전망이다. 가령, 은행에서 연 3.5%의 금리를 적용해 전세대출금 2억원을 빌린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에는 원금에 대한 이자인 월 58만3000원만 갚으면 됐다. 그러나 분할상환 방식이 도입되면 매달 원리금 100만4000원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41만6000원이 더 지출되는 셈이다.
금융권 일선에서도 전세대출에 대한 분할상환 적용을 두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대출의 경우 만기가 보통 2년으로 짧은 데다 매월 상환해야 원리금 부담이 커지면서 당장 지출해야 하는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처음부터 갚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빌릴 수 있는 관행을 정착시켜 가계부채를 줄인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없는 서민들만 쥐어짜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 카페에는 "원리금이 한 달 지출에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게 뻔한데, 월세와 다를 바가 뭐가 있느냐" "무작정 가계부채 줄이려다 정작 없는 서민들만 죽어나게 생겼다"는 비판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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