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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일명 '이케아규제법’으로도 불리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366, 대표발의 손인춘)이 발의되었다. 발의자의 제안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상생발전을 위하여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하여 영업시간의 제한이나 의무휴업일의 지정을 통하여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 개장한 이케아(IKEA)의 경우 가구뿐만 아니라 관련 잡화를 함께 판매하고 있음에도 현행법상 '가구전문점’으로 분류가 되어 영업시간의 제한 등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점이라도 특정 품목에 특화된 정도가 낮고 생활물품이나 잡화 등을 함께 취급하는 경우 주위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대형마트와 별반 차이가 없는 만큼 규제를 달리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추후 이러한 '변칙 영업’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제1항을 개정해, 전문점(특정 품목에 특화된 정도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이상인 경우는 제외한다)에 대해서도 대형마트와 같이 영업시간의 제한이나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제 12조의 2는 다음과 같다. 제12조의2(대규모점포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 ①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相生發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형마트(대규모점포에 개설된 점포로서 대형마트의 요건을 갖춘 점포를 포함한다)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여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
발의안의 배경
지난 2014년 12월 18일 글로벌 가구 이케아(IKEA)가 경기도 광명시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자 광명시 가구업계 등 관련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케아가 지역상권에 피해를 주고 있는 만큼 의무휴업일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는 한 달에 이틀을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그러나 이케아는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의무휴업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15년 1월 19일부터 30일까지 광명시에 위치한 200여개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케아(IKEA) 입점에 따른 지역상권 영향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83.5%의 업체들이 이케아의 의무휴업제 적용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 가구 업체보다 인테리어 잡화 업체 쪽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국정감사에서 '이케아는 가구 대 잡화 비율이 4대 6으로 대형마트에 가깝다'고 지적을 받았던 대목과 연결돼 있다.
이에 앞서 광명시는 2014년 12월 31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이케아는 가구는 물론 조명기구, 침구, 커튼, 장난감, 거울, 액자 등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으나 대형 마트가 아닌 전문점으로 분류돼 의무휴업, 영업시간 등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자치단체가 영업시간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같은 지역사회의 요구에 광명시를 지역구(광명 을)로 하는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전문점이라도 특정 품목에 특화된 정도가 낮고, 주위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대형마트와 차이가 없을 경우 영업시간을 제한할 것”을 요지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2015년 1월 14일 발의했다. 한편 같은 광명시 지역구(광명 갑) 의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도 “매출액을 지표로 전문점도 의무휴업일 지정”을 내용으로 하는 동법 개정안을 2015년 2월 5일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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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사진=이케아 코리아 제공 |
발의안에 대한 평가
손인춘 의원의 발의안은 광명시 건의안과는 형식을 달리한다. 이케아를 대형마트로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점으로 인정하되 다른 기준을 적용해 규제하자는 것이다. 이미 전문점으로 분류돼 개점한 이케아를 다시 대형마트로 재분류해 입법할 경우 외국계 업체에 대한 표적입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입법기술자다운 면모를 보인 것이다.
대형 전문점까지 의무휴업 규제의 영향권에 두게 되면 대형 아울렛과 예컨대 여타 전자제품 대형 전문점 등으로까지 의무휴업제도가 확대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렛, 복합쇼핑몰, 대형전문점 등을 유통산업발전법상의 등록제와 의무휴업 규제 및 상생발전제도를 회피하는 루프홀(loophole)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규제를 피하는 거악(巨惡)으로 본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지난 2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해외사례로 본 대규모점포 규제방안 토론회'에서도 확인된다. 동 토론회에서 소상공인들은 "대형유통재벌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막아내기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이 유통재벌들에 의해 완전히 무력화 됐다"며 "최근 아울렛, 복합쇼핑몰, 이케아, 드럭스토어(drug store) 등이 골목상권을 유린하고 있어 기존의 유통법 방식으론 골목상권 사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에서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대형·준대형 점포와 나아가 이케아와 드럭스토어, 복합쇼핑몰 같은 '변칙적’인 대형 유통 점포에 대해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를 도입하고 강제력이 없는 상권영향평가를 의무조항으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쟁점은 어떤 논거에서 “이케아를 의무휴일을 회피하게 하는 변칙적인 대형유통업체”로 규정하게 하는 가로 좁혀진다. 가구 이외에 다양한 품목을 팔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정부(또는 법)가 지정해 주는 것을 팔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이는 사회주의적 발상인 것이다.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제품믹스 구성은 기업의 고유 판매 전략이다. 따라서 Home Furnishing(가구를 포함한 지붕 밑의 가정용품) 제품을 취급하는 것이 규제의 논거가 될 수는 없다. 도리어 그동안 가구와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생활용품의 판매에 눈을 감아 온 국내 가구업체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도 있다. 쉬운 말로 한수 배운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케아 출점 전에 하락하던 가구업체의 주가가 이케아 개장 후 회복세를 보인 점이다. 이케아 개장 한 달 후 한샘과 보르네오는 각각 저점 대비 21.43%, 13.8%의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이 같은 주가상승은 가구업체의 변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케아는 '조립과 배송’을 직접해야한다.
하지만 국내 가구업체는 조립과 배송을 무료로 해준다. 최근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온라인 몰을 통해 할인행사를 벌인 것 등이 소비자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국내 가구업체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체질강화가 이루어졌다. 일종의 '메기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 자동차업체의 경쟁력이 강해진 것은 외국자동차에 대해 문호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이케아 개점을 계기로 집적화된 가구산업단지, 분야별로 전문화· 차별화가 이루어지면, 가구업체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
결론
양기대 광명시장은 이케아를 유치한 당사자다. 그는 2011년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스웨덴까지 이케아그룹 회장을 직접 찾아가 유치활동을 벌였다. 그랬던 그가 이케아가 문을 열자 표변한 것이다. 이케아 광명점을 대형마트로 분류할 수 있게 유통법 개정을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했고, 정치권은 의원입법 형태로 이에 화답했다.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은 국제규범과 법치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외국업체가 뭘 믿고 들어오겠는가. 이케아가 지역 소상공인에 대해 배려가 부족했다면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한다. 의무휴일을 강제한다고 자영업자의 매출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케아 입점으로 인한 고용 및 세수증진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골목상권 활성화를 내건 대형마트 규제가 어떤 폐해를 불러왔는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선 용어부터 순화시켜야 한다. 골목상권이 무엇인가. 상권은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것이지, 골목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골목은 골목일 뿐이다.
피자골목은 피자집이 몰려있는 골목이다. 따라서 골목상권과 대형마트는 사실상 경합관계에 놓여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마트를 옥조인다고 해서 골목상권의 매출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대형마트에 강제휴일을 지정한 후 농민 등 중소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겪은 불편은 결코 무시할 만큼 작은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대형마트 영업제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까지 나온 마당에, 전문점까지 의무휴일을 지정하겠다는 것은 정책시계를 뒤로 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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