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국내증시가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많은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주춤하자 랩어카운트(랩)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9년부터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와 최근의 증시 변동성이 고객들을 랩 시장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랩어카운트 시장이 최근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150조9722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총 잔고가 150조원을 넘어선 것은 랩어카운트 판매가 시작된 지난 2003년 이후 최초다.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맡긴 자금을 증권사가 국내외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종합자산관리상품을 뜻한다. 

랩 시장의 성장세는 특히 올해 들어 가팔랐다. 지난 1월부터 8월 말까지 투자금이 약 18조4400억원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연간 유입 금액인 15조7300억원을 거의 2배 속도로 추월한 것이다.

고객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말 176만명이었던 고객 숫자는 지난 8월 말을 기준으로 184만명으로 늘어났다. 고객 숫자를 기준으로 봐도 올해 1~8월 증가폭(8만3000명)이 2020년 1년간 증가폭(5만3000명)을 뛰어넘은 상태다.

작년까지만 해도 1조원 규모였던 '자문형' 랩 계약자산 역시 올해 2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계약 건수 역시 올해 들어 급증해 월별 2만건을 꾸준히 넘기고 있다.

올해 들어 랩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작년에 비해 증시 변동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주가지수 역시 횡보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장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자산규모가 큰 고객들이 랩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사모펀드 시장의 규제가 대폭 강화된 점도 랩어카운트에 대한 ‘재발견’을 가속화 시켰다. 지난 2019년부터 라임자산운용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강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의 정보력이 크게 향상된 만큼 최근의 고객들은 자신이 맡긴 돈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한다”면서 “투자 내역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랩어카운트의 장점이 증시 변동성과 맞물려 부각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