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가 첫 판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잡고 기선제압을 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으로 당겼다.

두산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1차전에서 6-4로 역전승했다. 열세라던 마운드 싸움에서 최원준-홍건희의 연속 호투로 승기를 잡고, 화력에서도 앞서며 거둔 승리였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은 1차전 승리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제 1승만 보태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다.

6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삼성은 '라팍'에서 처음 열린 가을 야구를 축제로 만들지 못했다. 역전 당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책, 5회와 6회말 연속 1사 만루 찬스를 잡고도 한 점도 뽑지 못한 타선의 응집력 부족으로 승기를 빼앗겼다. 두산 출신 오재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결정적 찬스에서 병살타를 치는 등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고, '끝판왕' 오승환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여 걱정이 커졌다.

사실 선발투수 맞대결 결과는 삼성이 이기고도 졌다. 삼성 외국인 에이스 뷰캐넌은 7이닝이나 마운드를 책임지며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하지만 뷰캐넌은 삼성이 1회말 먼저 2점을 뽑은 직후 2회초 수비 실책이 겹치며 한꺼번에 3실점하고 역전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두산 선발로 나선 최원준은 4⅓이닝 2실점하고 물러났다. 기본 임무는 해낸 셈이다. 어어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홍건희의 역투가 빛났다. 홍건희는 3-2로 앞서던 5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 투입돼 오재일을 병살 처리했다. 6회말에도 홍건희는 연속안타와 실책으로 1사 만루로 몰렸으나 연속 범타 유도로 실점하지 않고 버텨 승리로 향하는 발판을 놓았다.

삼성이 1회말 1사 후 볼넷 출루한 김지찬을 구자욱이 적시 2루타로 불러들여 선취점을 뽑고, 2아웃이 된 다음 피렐라의 2루타가 터져나오며 추가점을 내 2-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두산이 2회초 곧바로 반격했다. 김재환의 안타, 허경민의 행운이 따른 우익선상 2루타, 박세혁의 볼넷으로 엮어진 2사 만루 찬스에서 강승호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정수빈의 3루수 땅볼 때 이원석의 포구 실책이 나오며 한 점을 얻어 3-2로 역전했다.

초반 점수를 주고받아 타격전 양상을 띠는가 했으나 이후 양 팀 투수의 호투가 이어져 후반까지 스코어가 유지됐다. 삼성으로서는 5회, 6회말 거듭된 1사 만루 찬스를 한 번도 살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5회말에는 오재일의 병살타가 나왔고, 6회말에는 박해민의 1루 땅볼(3루주자 홈에서 아웃)과 김지찬의 좌익수 플라이로 득점에 실패했다.

잠잠하던 경기는 후반 달아올랐다. 두산이 8회초 정수빈과 페르난데스의 연속 안타로 잡은 무사 1, 3루 찬스에서 박건우의 유격수 쪽 병살타 때 1점을 내 4-2로 달아났다. 삼성도 8회말 반격에 나서 피렐라의 2루타와 오선진의 볼넷, 보내기 번트로 1사 2, 3루를 엮은 다음 강한울의 2루땅볼 타점으로 1점을 뽑아 4-3으로 다시 한 점 차를 만들었다.

9회초 2사 후 삼성은 4번째 투수로 마무리 오승환을 투입했다. 한 점 뒤진 상황이지만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짓고 9회말 기회를 엿보겠다는 허삼영 감독의 의중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이 무너졌다. 2사 주자 없는 편안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첫 타자 박세혁에게 바로 홈런을 두들겨맞았다. 정규시즌 홈런이 하나도 없었던 박세혁이 시즌 세이브왕 오승환으로부터 올해 첫 홈런을 뺏어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오승환은 급격히 흔들리며 김재호, 강승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데 이어 정수빈에게는 좌익선상 2루타를 맞고 추가 실점까지 했다.

오승환은 굴욕 속 강판됐고, 최채흥이 마운드를 넘겨받아 2사 2, 3루 위기서 대타 김인태를 삼진으로 잡았다. 점수 차는 6-3으로 벌어져 승부는 사실상 결정났다.

삼성은 9회말 1사 후 구자욱이 마무리 등판한 김강률로부터 솔로홈런을 터뜨려 홈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줬지만 패배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두 팀은 10일 장소를 두산 홈구장 잠실야구장으로 옮겨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