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건물주가 100여명의 전세 보증금을 들고 잠적해 세입자 모두를 울린 안타까운 사연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진구청의 '시문서답' 소통 게시판에 김모 씨가 지난달 8일 작성한 '부산 최대 규모 100억 전세사기 부전동 오피스텔 죽어가는 청년들을 보고도 가만히 계실 겁니까'라는 글에 절절한 사연이 고스란히 나온다.
전세 보증금은 한 세대 당 8000만원에서 1억 1000만원으로 세입자 100여명의 보증금을 모두 합치면 100억원에 달한다. 세입자 대부분은 20~30대 사회 초년생, 청년들이었다. 피해자 모임 단체카카오톡방에 모인 인원만 97명에 달한다.
하지만 해당 오피스텔 5~7층에 21억원의 공동담보, 나머지 층에 67억원의 공동담보가 각각 잡혀있는 실정이다.
2019년 11월 준공된 이 오피스텔은 총 102세대 중 100여 세대가 입주했다.
실제로 건물 전체의 근저당은 건물가액의 8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전체의 근저당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100세대가 넘는 각 호실의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건물 전체의 매매가는 12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미 설정된 근저당권만 88억원에 달해 피해자들의 전세 보증금을 합치면 매매가를 훌쩍 뛰어넘는다.
후순위인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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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스텔 전세 보증금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이 부산시청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입주민 제공 |
피해를 입은 오피스텔 세입자들은 해당 오피스텔 소유주 김 씨와 실소유주 박 씨에 대해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경찰에 고발해 현재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태의 시작은 지난 8월 말부터였다. 세입자들은 당시 오피스텔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8월 28일 건물주가 파산 신청을 한 후 잠적하면서 부터다.
앞서 해당 오피스텔은 지난해 경매가 진행되었다가 취소되었지만, 피해자 모임에 따르면 세입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고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진구청 게시판에 김 씨가 작성한 글에는 이러한 정황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는 "현재 오피스텔 소유주와 실소유주는 무자력자인 바, 저희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반환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대출이 최장 10년까지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저희는 매달 급여의 100~200만원 가까운 돈을 빚으로 갚아야 할 처지"라고 밝혔다.
이어 "구청장님께서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시다면 이 문제를 결코 좌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사후약방문은 아무 의미 없다. 분골쇄신의 정신으로 저희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7일 마감한 해당 청원은 총 419명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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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부산진구 부전동에 위치한 문제의 오피스텔 모습. 건물주가 100여 명의 전세 보증금을 들고 잠적해 경찰이 사건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사진=입주민 제공 |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청원 대표자는 8일 서은숙 구청장을 직접 만나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경이 현재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다. 피해자들은 서 구청장에게 "부산시경이 보다 면밀히 수사하기를 촉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세 보증금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한 입주자 A씨는 9일 본보 취재에 "여러모로 세입자가 안심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며 "세대마다 조금씩 그 기간이 다르지만 들어와 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경매가 시작됐다는 법원 등기를 받는 기분 아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내가 낸 전세금으로 잔금과 대출이자를 치른 셈"이라고 "건물주가 70여명 청년들의 피 같은 전세 보증금으로 대출 돌려막기를 하다 도저히 더 이상 막을 수 없으니 파산을 택하면서 우리 전세금이 완전히 날아가게 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