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이재명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으로 이름을 바꿔 내년 1월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포퓰리즘 논란'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민주당은 최대 15조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국세 납부를 유예해 올해 추가로 걷힐 종합소득세 등 초과세수분 징수를 내년으로 늦춰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는 재난재원금은 세금 납부 유예 사항이 아니라며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고, 여권 일부와 야권에서도 "금권선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재난지원금 지급 반대 여론도 60%가 넘는 상황이라 실제 지급까지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일상회복과 개인방역 지원을 위해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의 지급을 추진하겠다”며 “방역지원금은 내년 예산에 반영해 내년 1월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 국민께 지급해서 개인방역에 힘쓰는 국민의 방역 물품 구입과 일상회복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
|
▲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을 내년 1월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11.10.(수)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모습./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윤 원내대표는 “소요되는 재원은 올해 초과 세수분이 예상되기 때문에 초과세수분을 납부 유예해서 내년 세입을 늘려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원금의 구체적 규모, 시기, 재원, 절차 등에 관한 논의가 매끄럽게 이뤄지도록 앞으로 여야정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내년 1월 지급하겠다고 밝힌 방역지원금은 1인당 20만~25만원으로 총 10조~15조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국채발행 없이 올해 걷어 들여야 하는 세금을 내년으로 유예 해 내년 세입을 늘린 후 그 돈으로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올해 초과 세수가 생기더라도 국가재정법상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상 세계잉여금(초과세입과 남은 예산)이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지방교부세와 채무 상환 등에 활용해야 한다. 이럴 경우 최대 15조원으로 예상되는 올해 초과세수분에서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쓸 수 있는 규모는 20~25%인 3조~4조 정도 남짓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다른 방법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늘리자니 정부의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고, 또 재난지원금에 대해 '재정건정성 악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어 기존 예산을 최대한 끌어다 쓰면서 국민 여론도 달랠 수 있는 '국세 납부 유예' 라는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재정당국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납부유예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초과세수분은 먼저 나라빚을 갚는데 먼저 쓰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역지원금과 관련해 “올해 손실보상 등까지 약 5차례 걸쳐 지원한 내용들을 최대한 잘 마무리하는 것에 금년도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홍 부총리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국민을 위해 국가가 처음 보답한 게 재난지원금인데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예전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때는 금융기관 리스크가 상당히 컸던 측면이 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런 위기는 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
|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재부 제공 |
홍 부총리는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재원을 세금 납부 유예로 마련하는 방안과 관련된 질문에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고 국세징수법에 있는 유예 요건에 맞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세금) 징수를 안 하고 내년 납부하도록 하는 납부유예 제도가 있다"며 "올해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영세사업자와 중소기업이 어려워서 납부 유예를 많이 해줬다. 그래서 내년에 세금을 걷도록 유예해 내년에 세수가 들어오면 내년 세입으로 잡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내비치는 듯 했다.
그러나 "내년에 세수를 납부유예 해줘서 내년 세수로 들어오면 내년 세입으로 잡을 수 있지만, 납부 유예해 주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국세징수법 요건에 의해서 해야 한다"며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납부유예를 해주는 것은 법에 저촉되므로 그런 측면에서 어렵다"고 여전히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일제히 민주당을 향해 "포퓰리즘", "꼼수"라고 맹공을 가했다. 선거 직전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풀 경우 '금권 선거'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세금 납부를 유예해 복지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 자체가 '세금깡 꼼수'라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9일 자신에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재난지원금 강행 방침에 “‘까드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가? ‘세금깡’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악성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세금 납부 시차를 교묘하게 조정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뿌리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 납부 유예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국가재정법상 세수가 남으면 채무 상환과 지방교부세 등에 우선 활용해야 한다"며 "그런데 올해 세수로는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힘드니까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오른쪽 주머니를 털어서 왼쪽 주머니를 채워주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 이익을 수수료로 챙긴다면, 이것은 악성 포퓰리즘일 뿐"이라며 "국민은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정 운영의 문란으로 결국 피해자가 되고 만다”라고 일격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예산을 마련하려고 연말로 예정된 세금납부를 내년으로 미루려는 꼼수를 부리려 한다"면서 "신개념 '세금 밑장빼기'"라고 맹비난했다.
|
|
|
▲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9일 민주당이 방역지원금 명목으로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데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은 1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윤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 참석 모습./사진=국민의힘 제공 |
허 수석대변인은 "국민 10명 중 6명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한다는 조사가 발표됐다"면서 "성장동력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은커녕 선거에 매몰된 포퓰리즘으로 망국의 길을 걷겠다는 집권여당의 대선 전략은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에 조사한 결과 60.1%가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지급하지 말아야한다"고 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민주당이 '위드 코로나 전환'을 지원한다는 명분하에 '재난지원금' 지급을 밀어 붙이는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인 안철수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집권당의 대선 후보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국민을 속이며 악성 포퓰리즘 정치를 획책하고 있다"며 "국민을 속이지 말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오승재 대변인은 논평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해괴한 이름을 붙였다"며 "말장난으로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재명표 재난지원금을 이름만 바꾼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이에 대한 추가 설명을 내놨다. 윤 원내대표는 10일 선대위 회의에서 "의미가 정확히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며 "'전 국민 일상 회복 방역지원금'으로 새로 명명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마스크를 이미 약 500일 가까이 써 오셨다. 하루에 하나만 대도 KF94마스크가 500원이니 25만원 정도가 된다"며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방역에 대해서도 국민들께 지원을 해 드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방역지원금을 구상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재난지원금을 방역지원금으로 이름만 바꿔치기하면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민주당이 정부와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세 납부 유예'를 통해 재난지원금 지급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예산 정국, 여야 간의 불꽃튀는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