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헌법 위에 있는 법...졸속·과잉·위헌입법 일삼은 국회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김영란법의 시작, 입법 취지

민관유착, 공직자의 부정부패, 관피아, 모두 얼굴을 찌푸리는 단어다. 이로부터 김영란법은 시작되었다.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하는데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이 없는 경우, 지금까지는 '형법' 수뢰죄로 처벌이 어려웠다. 한편 ‘공무원 행동강령’은 대통령령으로 16개 금지행위가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처벌규정 및 관리방안이 미흡하다. 이러한 제도적 미비로 인해, 공직자의 부정부패 행위 규제에 있어서 사각 지대가 발생하게 되었다.

부패근절 및 공직자의 청렴성 확보는 모든 이가 바라는 바다. 결국 사각 지대를 제도적으로 봉쇄하고, 부패행위 가능성을 지닌 이해충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대두되었다.

김영란법의 시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2011년 6월 14일 국무회의 ‘공정사회 구현, 국민과 함께하는 청렴 확산방안’ 보고에서 관련 입법의 필요성이 최초로 제기되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는 2차례에 걸친 공개토론회, 한국법제연구원의 연구 용역, 대국민 법안 설명회 개최 등을 거쳤다. 이후 관계기관 의견 조회 협의를 거쳐 대국민입법예고, 부패영향평가 등 각종 평가를 실시했다.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법제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듭 통했다.

난산을 거쳐 정부는 2013년 8월 5일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일명 ‘김영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이를 전담 추진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위원장이 지금의 김영란 교수다. 김영란법은 2014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대국민담화에서 거론됨으로써 전국민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10개월 뒤인 올해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김영란법 세상, 재미는 둘째 치고 자유롭지 않은 세상

이미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으로 인해, 공무원 언론인 사립교직원들은 내년 9월부터 누구에게도 3만원 이상 되는 밥을 얻어먹을 수 없다.

공직에 있는 공무원들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교수, 선생들은 막역한 제자들이 보내온 명절선물도 3만원 넘는 것들은 돌려보내야 한다.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밥 얻어먹기도 힘들고 다른 이에게 밥 사주기도 힘들다.

김영란법은 더치페이를 강요하는 법이다. 이제는 각자 알아서 계산해야 한다. 축의금, 조의금 등 결혼식과 장례식장에서 내는 경조사비도 절대 5만원을 넘겨선 안된다.

김영란법은 포괄적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전국민 중 1800만에서 2000만 명 가까이 되는 국민들이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다. 가족을 통한 우회적인 금품수수도 처벌 대상이다. 가족은 '민법상 가족'을 포괄한다. 직계 혈족과 배우자와 형제자매, 배우자의 직계 혈족 등이 모두 대상자다.

   
▲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모든 법제도의 근간인 헌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유일무이한 기관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규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치페이, 경조사비, 선물 같은 사소한 얘기 보다 좀 어려운 말을 꺼내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대의민주주의로서의 ‘민주’와 국민/개인/법인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자유’가 대한민국을 규정하는 두 가지 근본 가치다.

그런데 김영란법은 ‘자유’를 부정하는 법이다. 언론인 사립교직원을 김영란법에 의해 수사대상으로 할 경우 취재의 자유 등 언론 자유에 악영향을 끼친다. 사립교직원의 경우 사학의 자유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일상 속에서의 관습 문화와도 같은 거의 모든 행위가 규제된다. 대부분 김영란법으로 인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김영란법은 재미는 둘째 치고 자유롭지 않은 세상을 약속한다. 일개 법이 국민 위에, 국민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위에 있다고 외치는 격이다.

김영란법? 국민 등친 파렴치한 국회, 물귀신 국회

10일 오전, ‘김영란법’의 주인공 김영란 교수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영란법은 위헌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 국회의 반응은 공통적이다. 여야는 안도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위헌이라는 비판 일색에 궁지에 몰렸던 의원들이다. 김영란 교수가 위헌이 아니라 하자, 이제야 한숨 돌리는 국회의원들이 한심하다.

19대 국회는 김영란법을 검토하면서 공직자의 법 적용 가족 대상을 배우자 한명으로 축소했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김영란법 통과 후 1년이었던 시행시기를 1년6개월로 변경했다. 본인들의 19대 국회는 김영란법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공직자 부정부패 일소를 취지로 시작했던 입법이 기자 언론인, 사립교원 교직자 등 민간인에게까지 적용되는 악법으로 바뀌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란법이 세간의 비난을 받는 이유는 “공직자가 부패하므로 언론인과 교사도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란 작자들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첨예한 비판을 내세우기 보다는, 자신들을 빠지고 오히려 언론인 사립교직원 등 민간을 김영란법에 포함시켜 버렸다.

적용대상으로 공무원을 비롯해 공공기관 임직원, 국·공립학교/사립학교 교사, 언론기관 종사자까지 포함시켰는데, 사립학교에선 유치원이 들어가고 어린이집은 빠졌다. 김영란법과 같이 언론인, 교사를 공직자와 함께 처벌하는 입법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가히 고무줄법․꼼수입법․물귀신입법․과잉입법이라는 비난을 들을만 하다. 국회는 공공 영역에 대해서 2년간의 검토를 거쳤을 뿐, 민간에 대한 국회의 입법 검토는 전무하다. 국회는 검토도 하지 않고 졸속입법을 저지른 것이다.

게다가 청탁에 대한 판단은 모호한 점이 많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향후 공무원 공직자들에게 여러 민원인들이 정당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길이 원천봉쇄된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행태는 더 해갈 것이며 결국 시민, 국민 모두가 속 터져 죽을 것이다.

청탁 받아야 움직이는 공무원 공직자, 기사 쓰겠다며 협박을 일삼는 사이비기자나 돈봉투 즐겨받는 선생은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잉입법은 국민을 등치는 격이다. 19대 국회, 김영란법을 찬성한 국회의원 모두는 국민을 등친 공범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