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골드만삭스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은 사업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 골드만삭스가 이 부회장 승계 과정을 자문 했다는 검찰의 시각과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 심리로 열린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의혹에 관한 공판기일에서 골드만삭스가 이 부회장과 미팅 결과를 공유한 이메일이 증거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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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사건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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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메일은 2014년 12월 8일 진 사이크스 당시 골드만삭스 공동회장이 이 부회장과의 면담 내용을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 등에게 보낸 것이다. 이날 정 대표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사이크스 회장은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전담했던 인물이다. 잡스가 가장 신뢰하던 은행가로, 잡스가 이 부회장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사이크스 회장을 만난 시점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이던 시기다. 이 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의 미래를 두고 이 부회장의 고민이 깊었던 때다.
검찰은 2014년 5월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급하게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골드만삭스의 개입도 의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삼성 측에 승계 자문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논리대로면 이 부회장은 골드만삭스 수장을 만나 승계에 대한 자문을 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사이크스 회장이 공유한 이메일에는 승계 문제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도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사안은 이 회장 재임 시절부터 논의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기업의 시너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추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 역시 삼성물산 합병이 승계와는 거리가 있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이메일에는 이 부회장과 사이크스 회장이 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나와있다. 특히 '핵심사업 집중'과 '지배구조 투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의 모든 사업부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소재는 △스마트폰 갤럭시의 사이클 △소프트웨어 투자확대 △반도체 사업과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공 △애플과의 공급관계 △TSMC에 대한 기술경쟁력 △샤오미 등의 위협이었다. 비메모리를 포함한 사업전망 등에 대한 폭넓은 주제도 오갔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 대표는 "다양한 부분을 논의했고 이 부회장 외에 임원들에게도 많은 M&A(인수합병) 이야기를 했다"며 "지배구조가 아닌 사업분야별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골드만삭스와 이 부회장의 만남은 승계 자문과 연관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지난 4일 공판기일에서 정 대표는 ”골드만삭스가 이 부회장과 미전실에 지배구조개편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자문아니라 마케팅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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