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들의 힘...다양성 경영방식과 조직 수평적 결과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경영일선에 나선 여성 임원들이 많을수록 투명한 경영 성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한국 사회에 만연된 '유리천장'이 새삼 화제다.

   
▲ 10일 여성 임원·이사들이 많을수록 투명한 경영 성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가운데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여성임원들의 활약상을 기대했다. 사진 좌측부터 오순명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옥정 우리은행 부행장./사진=각 은행 제공
우리나라도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으면서 여성의 사회진출과 약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듯 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

특히 은행권은 이같은 현상이 짙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여성들의 임원 승진이 이어졌지만 최근 인사에서는 임원 승진 소직이 들리지 않는다. 은행권에서는 워낙 여성들의 인재 풀(Pool)이 미흡하기 때문에 여성임원의 탄생이 더딜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여성의 금융권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어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금융권에 만연해 있는 유리천장을 깨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서 유리천장을 없애는 시도를 경주해야 한다.

다니엘 핑크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는 새로운 미래를 하이컨셉과 하이터치의 시대로 규정했다. 디자인·스토리·조화·공감·놀이·의미' 등 6가지를 미래 인재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개성과 감성을 중요시하는 21세기의 주인공은 지식과 정보를 단순히 소유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것으로 창조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좌뇌형'이 산업화, 정보화시대의 필요한 인재였다면 개념과 감성의 시대에는 좌뇌와 우뇌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인재가 주인공이 될 것이다.

우뇌가 발달한 남성은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여성은 좌우뇌가 발달하면서 이해와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신뢰산업이라 일컫는 금융권에서 여성들의 활약상을 기대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만년적자에 허덕이던 스칸디나비아항공은 지방 항공사 사장이던 39세 얄 칼슨을 사장으로 발탁한 후 1년만에 8000만달러의 흑자를 남겼다. 그 비결은 '진실의 순간'이라는 말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고객과의 공감과 이해로 고객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미생'에서 "머리는 차갑게 마음은 뜨겁게"라는 대사가 나온다.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의미를 은행권에서 깊게 새겨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도 여성임원으로 통해 은행권의 장벽과 유리천장을 깨뜨릴 수 있고 조직의 다양성과 수평성을 개선할 수 있는 경영이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세계적 주가지수 업체 모건 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여성 이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채용 되는 기업들이 수뢰, 사기, 주주 분쟁 등과 같은 각종 비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국내 시중 은행권 경영진에 속한 여성임직원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대다수 은행들은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임원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우리은행은 김옥정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선임해 우리은행 내 첫 여성 부행장직을 맡았다. 신한은행에는 신순철 업무개선그룹 부행장보가 여성 임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에는 천경미 전무와 정현주 본부장이 여성 임원으로 역임하고 있다.

외환은행에는 이경향 동부영업본부 본부장, 수협은행에는 강신숙 부행장, 기업은행에는 김성미 집행간부가 여성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 은행장이 선두주자로서 활약을 펼치면서 은행권에서의 여성파워를 실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오순명 소비자보호처장 역시 소비자권익 보호는 물론 조직 내 맏언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뚜렷한 성과를 제시하기는 힘들더라도 의사결정 집단의 다양성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밑거름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재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서비스 직군인 은행에서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측면이 보인다"며 "사회가 이미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위직이라고 하면 임원이나 이사회를 볼 수 있는데 이 집단은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이다"라며 "남녀가 공존하면서 의사결정의 다양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과 남성은 업무의 특성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여성이 꼼꼼하고 우뇌형이며 감성적인 부분이 오늘날 여러 분야, 여러 파트별 업무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여성의 경영 참여가 보다 좋은 업무 결과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