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 주식거래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특이거래' 입니다. 여러 낭설이 퍼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 관계자)
엔씨소프트의 ‘수상한 상한가’에 결국 한국거래소가 돋보기를 꺼내들었다. 옵션만기일이기도 했던 지난 11일 상한가를 기록한 엔씨소프트의 주가 흐름에 대한 의문이 주식시장에서 확산되자, 거래소가 시세조정 행위 여부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불공정거래 사실이 확인되면 금융당국도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
|
|
▲ 사진=연합뉴스 |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엔씨소프트 주가의 특이한 움직임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의 시점은 지난 11일 목요일로 돌아간다. 지난달 12일 장중 55만5000원까지 떨어지며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 11일 갑자기 78만6000원까지 폭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피200 상장기업으로 시가총액 15조5000억원, 주당 가격만 50만원이 넘는 대형주 엔씨소프트가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식시장의 화제였다. 더욱 특이한 사항은 거래내역이 밝혀지면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 1명이 혼자서 주식을 무려 49만2392주 순매수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부양됐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이 ‘슈퍼개미’의 총매매량은 약 70만주 수준으로, 엔씨소프트 총 거래량이 365만5331주였음을 감안하면 하루 총 거래량의 4분의 1 정도를 한 명이 좌지우지한 셈이다. 결국 장마감 후 한국거래소는 엔씨소프트를 다음 거래일 하루 동안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소식이 알려진 이후 각종 주식카페와 종목 토론방에서는 ‘역대급 사건’이라며 엔씨소프트에 대한 얘기가 끊임없이 회자됐다. 시세조종이라 하기에는 너무 눈에 띄는 움직임인데, 시세조종이 아니라고 해도 지나치게 독특한 이 거래에 대한 ‘미스터리’는 지금도 계속 확산 중이다.
한 가지 ‘설’은 지난 11일이 선물옵션 만기일이었다는 점에서부터 해석을 시작한다. 즉, 선물투자 이익을 노리고 엔씨소프트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등에 투자해 주가를 임의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이다.
엔씨소프트가 대체불가토큰(NFT) 투자에 나선다는 내부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움직임에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주가가 부양된 시점은 NFT 관련 발표가 나온 이후였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박도 있다.
만약 한국거래소 조사 결과 불공정거래 사실이 확인되면 본격적인 조사를 위해 금융감독원으로 사건이 이관된다. 최종적으로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주식투자에서 얻은 이익금은 모두 환수되며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 처벌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탄압이 나오지만, 기관투자자들도 특정 종목에 일정 규모 이상을 집중 매매할 경우 같은 조사를 받는다”면서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당국의 조사가 진행될 것이 너무도 자명한 이런 방식의 독특한 매매를 누가, 왜 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