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시그널에 은행·금융채 금리급등, 예대율 관리도 발목
은행이익, 배당금으로 환원 보다 대손충당금 활용해야 지적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규제,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 기대 인플레이션 등이 반영되면서 대출금리가 6%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예금금리는 여전히 1~2%대에 머물면서 예대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시그널이 금융채·은행채 등 채권시장의 조달금리를 자극하면서 대출금리는 올랐지만, 예대율(예금대출비율)까지 관리해야 하는 만큼 은행들로선 예금유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시중은행 대출창구 / 사진=연합뉴스 제공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가 최고 5% 중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한 은행은 대출 금리를 하루만에 0.2%포인트(p)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은행들이 내놓은 예금상품의 금리는 여전히 1~2%대에 머물러 있다. 인터넷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불입기간이 짧은 이벤트상품이 대부분인 터라 금융소비자를 유인할 만한 요소는 안 된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0.75%로,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대출금리기 6%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처럼 예대금리 격차가 커지는 배경에 대해 은행권은 금리인상 시그널이 채권시장의 조달금리를 자극하면서 대출비용이 오른 게 크다고 평가한다. 기본적으로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 하나의 '시장금리'로 즉각 반영되는 편이지만, 예금금리는 서서히 반영되는 속성이 있어 일시적으로 격차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금리를 정상화하면서 체감상 격차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 여파로) 비정상적일 정도로 (금리가) 낮은 특이한 상황이었다. 이제 금리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금리가 본격 상승기에 접어들면 금리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이 발생한게 (이제) 3~4개월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이 (대출을 제공할 때) 고객 예금 외에도 채권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을 많이 활용한다. 금리가 굉장히 낮을 때 채권발행을 많이 한 영향도 있다"며 "기준금리+가산금리로 봐야 하는데 한은이 CD금리를 올리면 즉각 (금리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시그널이 채권시장의 금융조달비용에 반영되는 만큼 금리를 높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드코로나로 이제 (금리가) 정상화되겠지만 소상공인의 고통이 극심했을 때와 비교하면 그동안 너무 낮았다. 신용대출 금리가 2% 초반대로 나오고, 주담대가 1%대 였다. 주담대도 비정상적인데 신용대출금리도 너무 낮으니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누구나 혜택을 누렸던 저금리시장이 지속되면서 어느 순간 (저금리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금리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이 정도의 예대마진은 늘 있었던 것인데, 코로나로 인한 특수상황이 사람들 뇌리에 박히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대율 문제도 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의 총량규제 여파로 신규 여신이 꽁꽁 묶이다보니, 인상된 예금금리를 제공하며 신규 자금을 유치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예금유치액 대비 대출제공량이 너무 적으면 안 되는 만큼, 은행으로선 수신영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은행들은 예대율을 100% 미만으로 지켜야 한다. 

특히 예금금리는 고정금리가 대부분인 터라 은행으로선 원가상승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은행으로선 예금이 부족한 게 아닌 만큼, 금리를 올릴 유인책이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 금리하락기에는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예금금리가 찔끔 내리는 수준에 그치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은행들이 수익성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예대금리 격차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으로선 수익성 측면에서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예금금리가 빨리 안 변하는데 대출금리는 빨리 변하는 비대칭 요소를 보이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높아지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예대금리 격차가 크게 출렁인 시기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추려진다. 과거와 달리 기준금리가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최근의 금리 격차는 과거의 두 위기 때처럼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대출금리는 더 가파르게 올라 차주들의 빚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은행이 예대금리차에 따른 수익모델로 사업을 하다보니 그럴 수 있는데, 그보다 정부가 대출총량 창구지도를 전방위적으로 한 게 크다"며 "은행들이 총량을 줄여야 하는데 그걸 자발적으로 하기 어려우니 대출금리 인상 등을 용인하는 분위기에서 (은행들이) 발빠르게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우대금리 폐지 등으로 대출금리를 인상시키는 걸 봐선 정부 정책드라이브가 은행 수익성과 맞물렸다고 본다. 벌써 주식시장에서는 금융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지 않느냐"라며 "은행들도 속도 조절을 하고 싶었겠지만 당시 금융위의 총량규제 압박이 상당히 커서 (은행들이) 너무 과하게 우대금리를 조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사전적으로 보수적인 정책을 펼쳤다는 설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와 언론인터뷰 등에서 예대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걸 두고 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각자 "금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강력한 총량규제를 펼치면서 대출금리가 치솟게 됐는데, 예대금리 격차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손을 뗀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공급자끼리 경쟁을 해야 (대출)가격이 낮아지는 게 있는데 지금은 대출을 억제하는 방안으로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대출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며 "은행들에게 대출을 막으라고 등떠미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가격으로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답했다. 

유 교수는 금융당국의 규제방침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도, 은행권이 대손충당금 확보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당국이) 가계부채 총량을 규제하려는 건 시스템리스크 때문이다. 이 리스크 비용 일정 부분을 대출자에게 (금리인상으로)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은행들이 최근 쌓고 있는 수익의 상당 부분이 배당금으로 나가고 있는데, 배당금을 줄이고 수익의 일정부분 이상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 다가오는 가계부채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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