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무기전람회 참석 이후 34일째 공개활동 없어
9~10월 담화 및 행사·연설·훈련 행보 연달아 보인 뒤 반전
2014년엔 40일 동안 잠행…통일부 “특별 의미 부여 안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11일 무기전람회 이후 15일로 34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의 대외 메시지를 총괄하고 있는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도 함께 침묵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 매체가 10월 12일 보도한 전날 국방발전전람회에서 남한과 미국을 향해 대외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한이나 미국 등 특정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면서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미협상과 별도로 전략·전술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자신들의 무기개발에 대해 ‘도발’ ‘위협’을 언급하는 “남한의 이중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강도적인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중잣대 철폐 논리를 내세워 북한이 자신들의 무기개발을 정당화하면서 남한에 대해 묵인할 것을 요구하고, 미국의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김 총비서는 또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반응도 내놓았다. “종전선언에 앞서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북한 노동당 창건 76돌을 맞아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개막됐다고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이번 전람회장에는 최근 5년간 개발 생산된 각종 무기, 전투기술기재 등이 전시됐다. 2021.10.12./사진=뉴스1

이같이 한때 김여정 부부장이 전담하던 대외 메시지를 연이어 직접 발신해 주목을 끌었던 김 총비서가 그 직후부터 한달째 공개활동을 포함해 일절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단 한국과 미국의 대응을 지켜볼 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는 9월 유엔총회 이후 한달 이상 종전선언 협의를 위해 전례없는 접촉을 벌여왔다. 청와대-백악관, 외교부-국무부 간 외교안보라인이 총 가동되어 만남을 이어갔고, 외교 당국만 봐도 장관, 차관, 차관보 등 각급에서 면담했다. 여기에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6일(현지시간)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회담을 하기 위해 14일 출국했다.

정부는 김 총비서의 잠행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과거에도 공개활동 등이 장기간 보도되지 않은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2014년에 40일 동안 잠행한 적이 있다. 당시 건강이상설 등 온갖 억측이 난무했지만 같은 해 10월 14일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현지지도 보도를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사상·기술·문화 혁명을 뜻하는 제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참가자들이 14일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회는 당초 10년 주기로 열리던 것이었지만 2015년 이후 6년만에 다시 개최되는 것으로 이를 계기로 김 총비서가 모습을 드러낼지도 주목된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와 관련한 질문에 “올해는 김정은 총비서 집권 10주년이기도 한 만큼 이를 계기로 규모 있는 내부행사를 통해 체제 결속을 다지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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