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한·미FTA 이상의 반대 집회 열릴 수도 있어“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가입 추진 중에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공식화가 마지막 고비만을 남긴 채, 해를 넘길 전망이다.  

CPTPP는 기존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지면서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새롭게 추진한 경제동맹체로, 지난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다.

농업을 포함해 무역자유화 원칙으로 예외없이 모든 무역상품에 대해 100% 관세철폐를 목표하는 협력체제로, 경제동반자협정(EPA)보다 더 높은 단계의 무역자유화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CPTPP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본래 역할에 한계에 부딪힌 세계무역기구(WTO)의 대안으로서, 새롭게 다자무역의 활로를 열 지역 단위의 신규 무역협정으로 평가, 적극적인 가입 추진 절차를 밟아 왔다.

그러나 CPTPP 가입을 두고, 농업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 한국농업경영인중압연합회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CPTPP가입을 반대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의겸 수렴 절차만 남긴 CPTPP 가입 공식화가 공청회를 갖기도 전에, 농민 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15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압연합회(이하 한농연)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CPTTP 회원국의 농식품 분야 관세 철폐율은 평균 96%에 달한다”며 “이는 여타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농민의 희생이 강요되는 것으로, 농민들을 사지로 몰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CPTPP는 WTO보다 개방 요구 수준이 높고, CPTPP 기존 회원국 11국가 중 일본 및 싱가포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농식품 분야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농업 강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 가입하는 만큼,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 등 지불해야 하는 ‘입장료’가 붙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PTPP 가입을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의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규제나 호주의 소고기 추가 개방 등이 요구될 수 있다”며 “후발 주자로 참여하는 만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정부는 가입 신청에 앞서 CPTPP에 요구되는 규범인 위생검역, 수산보조금, 디지털 통상, 국영기업 등 4대 통상 분야에 관한 국내 제도 정비 방안을 마련하는 등, CPTPP 가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정부는 그동안 CPTPP 가입 추진을 위해 관련 제도 정비와 함께, CPTPP 회원국과 비공식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25일 열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 이후 대외경제장관회의 일정이 미뤄지고 있어, 농민 단체들의 반발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 지지율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가입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정권에서도 FTA가입으로 시작된 농식품 분야 시장개방이 촛불 시위로 번져,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농연 관계자는 “정부가 CPTPP 가입을 강행한다면, 농민 단체들은 과거 한-미 FTA 수준 이상으로 힘을 모아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CPTPP 가입에 대한 질의에 대해 “가입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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