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완충 장치 필요성 강조…평화·상생 언급
설리번 “가드레일 보장 위한 관여 강화 조치 보게 될 것”
대만 문제 양보 없는 대치…양국 언론인 비자 제한 완화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전면 불참’ 절충안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갈등 수위 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부터 중국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와 인도·태평양 등을 언급하며 쟁점에서 양보없는 기싸움을 벌였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46분부터 열린 이번 회담은 약 3시간30분동안 진행됐다. 회담 시작은 친근한 분위기로 출발했다. 양 정상은 서로에게 손을 흔들었고,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오랜 친구’(라오펑요·老朋友)라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라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핵심 사안에 대해서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의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21세기 국제 시스템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한 ‘도로의 규칙’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 중국의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특히 대만 문제에 관해 크게 논쟁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중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대만해협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그 원인에 대해 대만 당국이 독립을 위해 미국의 지원을 구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고, 일부 미국인들도 대만을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신화통신이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은 “그 같은 움직임이 극도로 위험하며, 불장난하는 셈”이라며 “불장난하는 사람은 누구든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현상 변경 추구 행위에 반대한다는 발언에 대해 중국은 하나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고, 중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정부라고 반박했다.

이 밖에 경제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무역관계가 상호보완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양국의 경제 및 교역 관계가 정치화되어선 안되며, 양국이 협력을 통해 파이를 키울 것을 주장했다. 시 주석은 또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지나치게 과장해 중국 기업들을 괴롭히는 일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고 신화통신은 밝혔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백악관 발표에는 빠져 있다. 

두 정상이 갈등의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데에도 공감대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 시 주석도 미중 간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중국과 미국은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상생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회담 직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경쟁이 충돌로 바뀌지 않도록 상식적인 완충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으며, 중국 정부도 같은 날 성명에서 새로운 양국 관계는 ‘상호 존중·평화 공존·협력 상생’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은 16일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미중 양국의) 가드레일 보장을 위한 관여의 강화 조치를 다양한 수준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이 화상회담을 통해 소통의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후속 조치로 다양한 채널에서 협력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정상이 첫 회담을 가졌지만 한목소리를 담은 공동성명이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갈등이 심화되는 국면이 전개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이번 회담에서 큰 성과는 없었지만 향후 이를 시작으로 양국이 대면할 가능성과 요소들은 더욱 많아졌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미중 정상회담 직후 양 정부가 상대국 언론인에 대한 추방 조치를 완화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차이나데일리를 인용해 미국이 중국 언론인들에게 1년 만기 복수비자를 발급하기로 했고 관련 절차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측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의 정책이 시행되는 즉시 미국 기자들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주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지만 알려진 시점은 정상회담 직후였다.

그런 반면, 미국이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이나 내각 인사 모두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하지 않는 방안을 백악관이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중국정부의 인권탄압에 대한 경고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올림픽 선수단을 파견하되 공식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베이징올림픽에 ‘전면 불참’할 수도 있었지만 절충안을 택한 것이라는 전언이 나오는 가운데 이런 방침은 이달 중 확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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