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이 남·북·미·중 정상이 만날 좋은 기회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화상 정상회담이 끝난지 하루 만에 미국측이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올림픽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 추진 시나리오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에 중국과 혈맹 관계인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초청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종전선언 무대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첫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불참할 것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올림픽에 선수 출전을 막지는 않되 행정부의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으로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내 이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시 주석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했다는 내용도 발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올림픽에 불참할 경우 종전선언 추진 등 대북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실제 바이든 대통령의 방중 불발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관련 사실이 종전선언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을 받고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문 이사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올림픽에 안 간다고 하면 미중 신냉전 구도 심화를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종전선언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대북제재의 부분적 완화가 있어야 종전선언이 탄력을 받을 것인데 미국정부가 정말 동참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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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미중 종전선언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이와 함께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기자회견이 일본의 불참 통보로 급작스럽게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차관이 이날 3차 외교차관협의를 가진 뒤 공동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셔먼 부장관만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셔먼 부장관은 단독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한미일 3자 협의에 만족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번에도 종전선언 협의와 관련해 한미 간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셔먼 부장관은 ‘한국의 고위관리들이 한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했다고 말하고 있는 데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고 “종전선언을 둘러싼 이슈와 관련해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에 대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과 파트너들과의 협의에 나는 매우 만족하고, 미국은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셔먼 부장관은 이날 종전선언(end-of-war declaration)이 아니라 ‘종전성명’(end-of-war statement)이라고 언급했다.
문정인 이사장은 이번에 우리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한 각국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중국은 상당히 찬성하는 편이고, 북한은 조건부”라면서 “미국 정부 입장에선 거부할 수 없겠지만 현실적 제약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이나 미국 모두 각각 ‘제재 완화’와 ‘비핵화 협상’이란 조건을 걸고 있는 것이어서 장애가 존재한다.
중요 당사자인 북한이 기존 입장에서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한미 간에도 합의 도달이 쉽지 않은 점에서 종전선언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국 지난달 26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종전선언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순서와 시기, 조건 등에 대한 한미 간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한 대로 종전선언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 여전히 남게 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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