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CJ ENM이 미국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 엔데버 그룹 홀딩스 산하의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인수로 CJ ENM은 미국에 글로벌 제작기지를 마련하고, 기획·제작 역량과 전 세계 콘텐츠 유통 네트워크까지 확보해 글로벌 스튜디오로 도약할 수 있는 초격차 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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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 ENM·엔데버 콘텐트 로고./사진=CJ ENM 제공 |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 경영권을 포함, 지분 약 80%를 7억7500만 달러(한화 약 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전체 기업 가치는 8억5000만 달러(한화 약 1조원)로 책정됐다. 인수 이후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남은 지분은 기존 대주주인 엔데버가 보유한다. 크리스 라이스 엔데버 콘텐트 공동 대표와 그레이엄 테일러 등 주요 경영진과 핵심 인력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이다. 양사는 내년 1분기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엔데버는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드웨인 존슨·마크 월버그 등 전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와 스포츠 스타를 비롯, 7000명 이상의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약 4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설립한 자회사 엔데버 콘텐트는 △웰메이드 영화 △방송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글로벌 대형 스튜디오다. 유럽·남미 등 전세계 19개 국가에 글로벌 거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드라마, 영화 기획부터 제작·유통까지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과 폭넓은 탤런트·크리에이터 네트워크 및 유통망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설립 이후 단기간내 HBO·BBC 등 각국의 대표 방송 채널과 넷플릭스·애플TV+·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OTT에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유통하며 성장하고 있다.
◇양사 기획·제작 역량·글로벌 네트워크·IP 결합…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CJ그룹이 문화 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를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전세계 소비자를 타깃으로 자사가 보유한 히트작 리메이크 등 K-콘텐츠 확산을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간 CJ ENM은 자사 IP를 기반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리메이크를 활발히 추진해왔다. 이번 엔데버 콘텐트 인수를 통해 제작은 물론 글로벌 OTT·채널 유통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드라마·영화·예능 등 CJ ENM IP를 지속적으로 현지에서 선보일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사업을 한층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오리지널 IP 확보와 이에 따른 수익성 확대도 장점이다. 엔데버 콘텐트가 확보하는 IP는 CJ ENM이 전면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IP 유통은 물론 사업모델 다양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도 가능해진다.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글로벌 OTT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티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미국 등에서 양사가 보유한 PD·작가 등 폭넓은 크리에이터 풀은 제작 역량 글로벌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크리에이터들의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다양한 글로벌향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동·서양 문화권을 포괄하는 초격차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최근 중기 비전을 발표하며 4대 성장 엔진 중 컬처 분야에서 글로벌 가속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CJ ENM은 수년 간 북미 스튜디오와 우수 제작사의 인수 기회를 모색해왔고 발빠른 결정으로 대형 스튜디오 인수에 성공하며 단숨에 글로벌 플레이어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같은 날 CJ ENM은 물적 분할을 통해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멀티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별도의 스튜디오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공시했다.
향후 CJ ENM은 국내에서는 스튜디오 드래곤, 신설 멀티 장르 스튜디오, 글로벌로는 엔데버 콘텐트를 거느리는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갖추게 된다. CJ ENM 소속 스튜디오들은 콘텐츠 기획과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 콘텐츠 투자 등 제작 콘트롤타워 역할을, 산하 제작사는 기획·제작과 크리에이터 육성 역할을 맡게 된다. 엔데버 콘텐트는 글로벌 베이스 캠프로 삼을 예정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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