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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광원 세종취재본부장/부국장대우 |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진보정권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는 이유는?’
잘 아는 공학박사 출신의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본인이 하고 싶어서 칼럼을 한 달에도 몇 번씩 써서,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낸다.
어느 날, 그 CEO가 보낸 메일 제목이 확 눈에 들어왔다.
노무현 정권도 문재인 정권도, 나름 진정성 있게 열심히 했지만, 모두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민심을 잃었다.
노 정권은 그래도 ‘세종특별자치시’와 각 지방의 ‘혁신도시’는 남겨 놓았지만, 문 정권은 부동산 실패를 다소나마 만회할 만한 이렇다 할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이 칼럼은 관심을 끌었다. 다 읽고 나니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칼럼의 결론은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정권에 참여하는 인사들은 자신의 부를 늘려가고 싶은 ‘본능’이 있는데, 보수정권은 부동산 경기를 띄우면서 본인의 축재도 하지만, 진보정권은 ‘말로는 부동산 잡기’를 부르짖으면서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과거 군사독재 시절 서로 같이 힘들게 싸우면서 지내왔기에, 동료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를 알면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온정주의(溫情主義)적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반드시 부동산을 잡겠다는 의지는 없고 ‘구호’만 외치면서, 정책은 별 효과가 없거나 거꾸로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세습’ 부자들과 달리, 진보진영은 본래 지식인 집단으로 본인이 ‘자수성가’해 재산을 모았지만, 역시 부동산을 치부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일리 있는 지적들이 아닐 수 없다.
현 정권 내내 계속됐던, 핵심 인물들의 ‘내로남불’ 행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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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아파트단지/사진=미디어펜 |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KBS1-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고 사과 말씀을 드렸다”며 “지나고 생각해보니, ‘주택의 공급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도심 공급확대 정책인 ‘2.4대책’을 언급하면서 “조금 더 일찍 마련되고 시행됐다면,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고백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것이다.
문 정권은 항상 문제는 ‘투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경기를 억누르는 데만 집착했었다.
앞서 지난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것은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주장했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렇게 방향 키를 거꾸로 잡고 채찍질을 하면서도, 내부 인사들은 부동산으로 치부를 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피하기 어렵다.
그러다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후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올해 5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현 정부가 주택 공급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 말마따나, 과거 정부보다 입주물량도 인허가 물량도 많은 게 사실이다.
다만, 공급 억제에서 확대로 방향전환을 한 게 너무 늦어, 그 효과가 너무 지연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급만 늘린다고 부동산을 잡을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투기적 수요’는 누르되, ‘실수요’는 살려줘야 한다는 것.
정책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한 민간연구소는 최근 ‘부동산 자산격차 현상,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보고서에서 “2017년 이후 한국의 부동산 상위 계층은 보유 부동산의 규모와 상대적 비중을 모두 늘리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며 “부동산은 사회 계층을 분리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2017년은 바로 현 정권이 탄생한 해다.
부동산 상위 20%와 그 이하 계층은 ‘넘어설 수 없을 정도의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또 자산을 빠르게 늘린 고학력자들이 교육투자와 상속·증여를 통해, ‘세습이 구조화’되는 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위계층은 많은 경상소득을 저축 또는 투자로 활용하고, 저금리 환경과 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도 자산 격차를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로 현 정권 주변에서 물의를 빚은 인사들의 모습이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보유세’ 강화다.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재산세 실효세율이 매우 낮고, 누진성도 소득세 등 다른 세금보다 약하다며, 상위 계층일수록 세금부담 능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동의하면서도, 한 가지 더 조건을 달고 싶다. 보유세를 높이되 거래세는 낮춰,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권은 부동산 양도차익은 ‘불로소득’이라며, 양도소득세를 중과한다.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다’는 시장의 아우성이다. 이래서야 가격이 내려갈 수 없음은 시장의 기본원리 아닌가?
둘째 대안은 ‘저금리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다. 다만, 정부당국이 ‘알면서도’ 이 카드를 너무 늦게 빼 들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통화 완화’가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올해 하반기에 본격 시작된 다음에야 부동산 가격 급등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보고서는 전혀 뜻밖의 방안을 내놓았다. ‘교육개혁’이다.
앞서 CEO의 분석처럼, 과거와 달리 이제는 지식인 엘리트 계층이 안정적 소득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자녀교육에 투자하면서 부동산을 상속·증여함으로써 계층 규정력을 확대, 교육을 통해 자녀에게 ‘인적자본을 세습’하는 방식으로 ‘불평등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익숙한 모습들이 아닐 수 없다.
보고서는 “교육정책을 자산불평등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개별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이 교육격차 및 자산격차로 확대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불평등 수준은 아직 크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나, 해방 이후 농지개혁을 통해 비교적 균등한 출발선에서 시작, 70년 만에 자산격차로 ‘계급 분화’가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신 계급사회’의 문턱에 선 지금, 자산격차 완화 정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여야 대선후보 누가 집권하든, 이 문제는 가장 큰 숙제다. 문 대통령의 만시지탄,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계급구조 고착화’로 갈 수밖에 없다.
걱정스런 것은 한 후보는 너무 투기 억제에만, 다른 후보는 공급 확대에만 골몰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쪽에만 치우치는 것은 현 정권의 실패를 재연할 가능성이 높다.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조화와 균형을 다시 한 번 주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