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의 주주총회가 13일 일제히 열리며 주총시즌이 시작됐다. 올해 주총은 그 어느때보다 배당확대와 권익보호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회사 측의 안건은 별다른 잡음 없이 대부분 통과됐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권오현 부회장을 임기 3년의 대표이사로 재선임하고 김한중 차병원그룹 미래전략위원장, 이병기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다시 선임했다. 등기이사 보수한도액은 390억원으로 정해졌다. 장기성과보수가 90억원으로 지난해 한도(180억원)의 절반으로 줄었다. 사내이사 4명의 평균은 100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스킨십 강화에도 힘썼다. DS(부품), CE(소비자가전),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가 직접 나와 지난해 실적과 올해 전략을 발표했다.
권 부회장과 윤부근 CE부문 사장, 신종균 IM부문 사장 등이 주주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임원 좌석 배치를 사선 방향에서 주주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며 주총장의 '하드웨어'까지 확 바꿨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부 주주는 사외이사 평가기준 공개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 연말 상장 이후 처음 주총을 연 제일모직은 올해 시설투자를 포함해 총 4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대표이사는 "배당금 지급을 신중히 검토했으나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익잉여금을 모두 사내 유보로 돌려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총에서는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과 이대익 전 KCC 인재개발원장(부사장)을 각각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앞서 제일모직의 2대 주주(10.19%)인 KCC의 부사장급인 이 전 인재개발원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되면서 이른바 '5% 룰'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으나 이 전 인재개발원장이 사임하면서 봉합됐다. 윤 대표는 주총 이후 주가 하락 및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여부에 대한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삼성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등기이사로 등재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한 채로 주총장에 참석해 의장으로서 회의를 진행했다. 현대자동차는 윤갑한 현대차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4명의 사내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 등 9명의 임원에 대한 보수한도는 150억원으로 정해졌다. 작년과 같은 액수이다. 지난해의 경우 150억원 중 사외이사 5명에게 1인당 9500만원이 지급됐다.
이날 주총은 당초 한전 부지 매입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별다른 반대 없이 끝났다. 그러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회 내에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자산운용회사인 APG의 박유경 아시아지배구조 담당 이사는 외국계 투자자를 대표해 주총 말미에 특별발언을 요청, 주주들의 주된 고민을 최대한 해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부에 '거버넌스 위원회(가칭 주주권익보호위원회)'를 정식으로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도 현재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경영환경과 이사회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밝혔던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회사 측 원안대로 통과됐다. 서울대 연구부총장 겸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인 이우일 사외이사는 현대차 컨소시엄의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 논란 당시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현대제철은 정의선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현대제철은 주총을 앞두고 정 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제철, 기아차 등 6개 회사의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어, 겸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1년 이후 4년 만에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고 이날 주총에서 승인했다. 이날 주총은 라운드 테이블에서 주주에게 자유로운 발언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