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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정 외교안보팀장 |
[미디어펜=김소정 외교안보팀장]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본격 제안하면서 사실상 북미 간 마지막 중재 역할이 시작됐다. 그리고 11월 25일 미국 언론에서도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 조율이 마무리 단계라는 첫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만큼 두달여 이상 한국정부가 미국정부를 상대로 끈질지게 설득한 결실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이든 정부로선 한국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을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조율 과정을 통해 관철시킬 것과 양보할 것을 취사선택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조율된 최종 종전선언 합의문이 나온다면 한미는 이를 북한에 제안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도 이런 사실을 감안해 한달 이상 침묵 속에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35일간 잠행 끝에 공개활동을 시작했으며, 대남·대미 문제를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보다 더 오래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달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이후 자극이 될 만한 군사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일단 한미가 내놓을 종전선언 문안을 지켜볼 모양새다. 남한정부 교체 전 북한에게도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문안이 흡족하지 않을 땐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김여정 부부장에 이어 김정은 총비서도 ‘적대시 철회’란 선결조건을 내세웠다.
문재인정부는 이번에 종전선언을 제안하면서 평화협정과 다른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신뢰 조치라고 설명한다. 평화의 입구이자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오랜 교착 국면을 깨기 위해선 유효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한다. 더구나 정부는 김 총비서의 발언 등 북한이 종전선언에 관심을 드러낸 사실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선결조건을 내건 사실에 대해서도 조건을 말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고 그 발언의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북한과 어떤 문제든 풀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므로 이 정도의 북한 반응도 꽤 긍정 요인으로 와닿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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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미중 종전선언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
미국이 종전선언을 할 때 우려하는 것은 결국 주한미군과 유엔사 유지 문제일 것이다. 유엔사는 한반도에서 만약 전쟁이 일어날 경우 17개 회원국들로부터 병력을 받아서 한미연합사령부를 지원하도록 돼있다. 종전선언으로 북한이 유엔사 해체 문제를 꺼내들면 주한미군 주둔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촉구할 수 있다는 문재인정부의 입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북한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종전선언 문안에 ‘정전체제 유지’ 문구가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적대시 철회란 선결조건과 배치되면서 북한이 거부할 이유가 될 수 있다.
북한이 어떤 이유로든 이번 한미의 종전선언을 거부한다면 우선 평화협정 로드맵 합의없이 ‘정치적 선언’으로만 제안된 종전선언의 한계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고, 모든 협상의 선결조건이 될 것이다. 또 이는 북한의 핵보유국에 대한 의지 또한 더욱 확고하게 만들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 목표가 더욱 선명해지고 결국 비핵화 협상이 아닌 ‘군축 협상’의 필요성으로 분위기가 흐르면서 바이든 정부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제2의 전략적 인내’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정부가 종전선언 협의를 매듭짓는 올해 말 내년 초 시기를 두고 ‘기로에 섰다’고 표현하는 이유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종전선언은 두 갈래의 감정을 느끼게한다. 먼저, 우리가 종전선언을 먼저 주장하지 않으면 대신 해줄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68년만에 종전선언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무거움이 있다. 남북이, 북미가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것조차 힘든 현실을 목도하며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정부 설명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종전선언이 합의됐을 때나 결렬됐을 때 모두 뒤따를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반도 종전선언 당사자인데도 선결조건부터 내걸었던 북한이 끝내 종전선언을 거부할 경우 남한 국민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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