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체감 시청률은 30%를 웃돌았다. 시청자들의 잇단 호평에 지성과 황정음은 날개를 달았다.

MBC 수목드라마 ‘킬미힐미’가 12일을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7개의 인격을 지닌 남자와 정신과 의사의 로맨스라는 독특한 콘셉의 로맨틱 코미디로 출발한 ‘킬미힐미’는 끝내 삶의 전반을 돌아보며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 1인 7역에 가까운 연기투혼을 보여준 지성의 가치가 빛났다. 지성은 과격한 신세기를 비롯해 구수한 입담의 페리박, 옴므파탈 신세기, 여고생 안요나, 자살지원자 안요섭 등 7가지 캐릭터를 저마다 개성있는 인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에필로그에서 다양한 인격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은 백미중에 백미였다.

방송 직전까지만 해도 지성이 보여줄 7가지 인격에 대한 성공가능성은 미지수에 가까웠다. 특히 전역 후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돌아온 현빈이 유사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소식에 우려도 컸다. 그러나 막상 두 작품의 정면대결이 펼쳐지자 웃는 쪽은 ‘킬미힐미’였다. 지성 역시 현빈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하며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 MBC '킬미힐미' 캡처

황정음은 또다시 ‘흥행여신’으로 등극했다. 2010년 이후 ‘자이언트’, ‘골든타임’, ‘돈의 화신’, ‘비밀’ 등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흥행시켰던 황정음은 최근 ‘끝없는 사랑’이 조기종영하며 부침을 겪었으나 ‘킬미힐미’를 통해 반전에 성공했다. 마니아층까지 형성된 이상 시청률은 말 그대로 지표에 지나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두 번 만난 커플이 과거의 이미지를 벗겨내기란 상당히 어렵다.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12년 만에 ‘운명처럼 널 사랑해’로 만나 화제를 모았던 장혁과 장나라도 극 초반 전작과의 비교에 고민을 거듭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다소 어두운 작품을 함께했던, 그것도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성과 황정음을 투입한건 모험과도 같았다. 하지만 로맨틱코미디가 제옷처럼 딱 맞는 이들의 호흡은 첫 방송부터 이목을 집중시켰고, ‘7가지 인격’이라는 설정의 시너지 효과도 컸다.

‘킬미힐미’는 작품과 배우들이 함께 윈윈한 좋은 사례로 남게 됐다. 짜임새 있는 극본에 호흡이 잘 맞는 배우들의 조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라마 시장에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물론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으나 체감상으로는 초대형 히트작이 떠나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