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과거 조카의 ‘강동구 모녀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 표현하며 사과한 가운데, 피해자 유족은 이제 와서 TV로 사과하는 이 후보의 모습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15년 전 어버이날 새벽. 교제하던 여성과 어머니를 37차례나 찔러 살해하고 아버지마저 노렸던 잔혹한 모녀 살인을 우리는 데이트 폭력이라 부르지 않는다”면서 “인권 변호사라더니 사실은 그저 조카 변호사였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의 아버지 A씨는 25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가정을 망가뜨린 살인 범죄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니”라며 "이 후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어찌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는지… "라고 분노를 쏟아냈다.
이어 “내 딸의 남자친구였던 그놈은 정신이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면서 “사건 당시에도 사과는 없었고, 현재까지도 이 후보 일가 측으로부터 사과 연락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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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월 2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 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에 참석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이 후보가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한 해당 사건은 당시 ‘강동구 모녀 살인 사건’으로 불리며 잔혹한 범행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이 후보의 조카 김모 씨는 지난 2006년 5월 새벽 헤어진 여자친구가 살던 집을 찾아가 흉기로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각각 19번, 18번 찔러 살해했다. A씨는 김 씨를 피해 5층에서 옆 건물 3층으로 뛰어내렸다가 온몸에 골절상을 입었다.
이 후보는 이 사건의 1·2심 변호를 맡았었고, 1심 재판과정에서 김 씨의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김 씨는 수법의 잔인함, 계획범죄 등의 이유로 2007년 2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여성 안전을 위한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라며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많이 망설여졌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평생 지우지 못할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죽을 때까지도 그 사건은 잊을 수가 없다”며 “지금도 어쩌다 가족끼리 그 생각을 하면 눈물만 흘린다”고 했다.
이어 “갑자기 TV에서 사과 비슷하게 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우리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이제 와서 예전 일을 끄집어내 보란 듯 얘기하는데 참 뻔뻔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국민의힘 "피해가족의 아픔을 두번 헤치는 '말로만' 사과...대선용 '털고 가기'"
이와 관련, 김은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피해가족의 아픔을 두 번 헤치는 ‘말로만’ 사과, 유엔의 여성폭력 추방의 날에 전략적으로 맞춘 대선용 ‘털고 가기’아닌가”라며 “대선후보가 아니었다면 이 사과라도 가능했을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정치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소신이 있었다면, 변호사로서 공익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조카에게 자백을 시키고 피해자에 용서를 구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후보는 어떻게든 정도를 저버린 위선의 역사를 지우고 싶겠으나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억까지 지울 순 없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에 '이재명 변호사'가 적합하지 않은 이유”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이재명비리 국민검증특위' 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의 말만 들으면 마치 데이트 도중 우발적인 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사건은 '조폭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두 명은 살인, 한 명은 살인미수하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07년 2월에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의 조카는 과거 국제마피아파의 중학생 조직원이었다고 한다"며 "조폭이 아니라면 이처럼 대담하고 잔인무도한 짓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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