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건 이외의 내부 기밀 서류, 중국어 번역본 발견…합리적 의심 유발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9일(현지시간)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안전 문제에 관해 제보한 내부고발자 현대차 김광호 전 부장에게 2400만달러(한화 약 280억원)가량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에서 20여년간 근무한 김 전 부장은, 2016년 NHTSA와 한국 정부에 세타2 엔진 결함에 대해 제보한 바 있다. 

NHTSA는 이를 토대로 세타2 GDi(직접분사) 엔진에 대한 리콜 적정성 조사를 진행했으며 해당 엔진을 장착한 160만대의 차량에 대해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리콜을 했고, 엔진의 결함에 대해서도 중요한 정보를 부정확하게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NHTSA는 작년 11월 현대차·기아에 과징금 8100만 달러를 부과하는 한편, 현대차·기아가 안전 성능 측정 강화와 품질 데이터 분석 시스템 개발 등을 위해 모두 56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양사와 합의했다.

   
▲ 현대자동차와 기아 양재동 본사. /사진=미디어펜


관계법령상 100만 달러 이상의 과징금으로 귀결되는 중요 정보를 제공한 내부고발자에게 과징금의 최대 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으며 김 전 부장은 이 법령에 따라 과징금 8100만 달러 중 지급 가능한 최대 비율인 30%를 적용 받는다고 NHTSA는 밝혔다.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 제보는 존경받아야 하나 김 전 부장의 제보가 처음부터 공익 제보를 위한 행동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도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미국 자동차 안전 내부고발자 법'에 따른 첫 번째 사례로 공익제보자의 미심적은 행보들이 다수 포착됐다.

이 공익제보자는 현대차의 결함과 관련된 내용 이외의 기밀서류를 다수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심지어 외국어로 번역된 기밀서류 등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6년 김 전 부장이 NHTSA와 한국에 현대차·기아 차량 관련 품질 문제가 있다고 제보한 후인 10월 김 전 부장과 자동차명장 박병일 씨간에 제보 의도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펼쳐진 바 있다.

김 전 부장이 회사 기밀자료를 모은 이유가 공익제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산업스파이'인 전 직장 상사와 모의해 중국으로 이직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다. 

박병일 명장은 지난 2016년 10월10일 게재된 오토헤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한 바 있다. 

박 명장은 "지난해 10월 초 김 씨를 만났을 때 자신이 모시는 장 상무라는 사람이 추석을 쇠려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던 중 공항에서 구속됐다는 말을 전했다"며 "김 씨가 자신도 장 상무를 따라 중국으로 회사를 옮겨 일하려고 했는데 구속이 되면서 곤란하게 됐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 씨가 변호사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장 상무 면회를 다녀왔다는 말까지 했다"며 "김 씨가 중국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했었다고 말한 정황과 장 상무가 구속된 시점, 검찰의 수사 결과 그리고 그가 현대차 품질본부에서 2015년 2월부터 장 씨가 구속되기 직전인 2015년 9월까지 근무하면서 회사 기밀자료를 모은 이유도 궁금하다.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김 씨의 행동이 순수한 의미의 공익제보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인 바 있다. 

김 전 부장이 말한 장 상무는 현대차를 퇴사하면서 차량 쏠림 방지기술과 수동변속기 변속감 개선기술, 품질개선 자료 등 관련 자료를 무단으로 빼돌려 중국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장 씨는 지난 2015년 10월 업무상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누설등)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회사 내부 임직원과 모의해 중국 경쟁사에 자동차기술과 관련된 영업비밀을 유출한 사실로 당시 1심에서 유죄 판결 받았고, 2017년 항소심에서 유죄 확정을 받은 산업스파이로 함께 모의한 직원들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장 씨는 중국 소재 자동차회사 2곳으로 차례로 이직하면서 현대차에 재직중인 직원으로부터 이메일을 이용해 자료를 빼내간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들이 빼돌린 자료는 회사 내부적으로 2급 비밀로 지정된 변속기 관련 자료를 포함 2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또한 장 씨 등 전직 간부 3명은 퇴사 후 1~2년만에 자료를 넘긴 중국 자동차 회사 부사장급 등 고위직으로 이직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회사측에 "현대차와 유사하게 조직을 구성해 최대한 효과를 달성하고 현대차 부장급 출신 2~3명을 영입하겠다"는 취지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13일 이런 의혹에 대해 김 전 부장은 인터넷 사이트 '보배드림'에 'nihao'라는 닉네임으로 해명했다. 

당시 그는 "(장 상무가) 실정법 위반이라는 잘못은 했지만, 인간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박 명장에게 전화로 사정을 설명하고 탄원서 제출을 부탁다"며, "박병일 명장의 주장은 음해다"는 게 그 내용이다. 

이어 김 전 부장은 "제가 중국 근무경력이 8년 이상이고, 현대차 근무경력 25년이고, 현지인과 아직도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중국어가 되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에서 해고되더라도 자력으로 얼마든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다"며, "국내에서 공익제보한 사실로 해고될 경우 자력으로 중국으로 진출하여 근무할려고 생각했던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된다는 논리인가요"라며 중국으로 이직하려했던 것이 맞다고 밝혔다.

결국 박병일 씨의 도덕성 의혹과는 별도로, 박병일 씨가 언론에 밝힌 것처럼 중국으로 이직하려 했다는 점, '산업스파이'인 장 씨의 선처를 부탁했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본인이 직접 인정한 것이다. 

지난 2016년 10월14일 회사는 김 전 부장을 상대로 법원에 '비밀 정보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고, 법원은 김 씨가 주장하는 현대차 품질 문제는 회사의 지속적인 분석 결과에 따라 계속 수정될 가능성이 높고 최종 단계의 자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김 씨의 행위는 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현대차에 승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더해 2016년 10월25일 회사는 김 전 부장을 영업비밀 유출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경찰은 법원의 승인을 받아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법원의 자료 반환 결정에 따라 현대차는 수백건의 자료를 돌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법원의 자료 반환 집행에 동행한 회사 직원이 김 전 부장의 집에서 품질관련 이외의 기밀자료들을 다수 발견했으며, 이중 일부 자료 제본 서류철 제목이 중국어로 변역하려한 흔적들을 목격했다. 

김 전 부장을 수사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씨는 수년에 걸쳐 공익 제보와 관련된 자료 이외에 현대차 내부 자료 4만여 건을 개인 이메일로 유출해 자택 내 컴퓨터에 보관했다.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대차 주요 부품개발 매뉴얼, 사양이 담긴 주요 기술표준 등 다양한 범위에 걸친 현대차 내부 자료를 발견했다. 

이후 회사는 내부 조사를 통해 김 전 부장이 품질관련 부서뿐만 아니라 구매 부서로 옮겨서도 안전과 관계없는 회사의 영업기밀 자료를 다수 유출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안전 관련 공익신고와 관련 없는 회사 기밀 서류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던 것이다. 

이는 중국 산업스파이로 적발된 전 직원들이 대부분 중국으로 이직하기 전 회사 자료들을 모아 회사밖으로 유출했던 행동들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게 현대차 측 입장이다.

특히 김 전 부장이 구명하려했던 장 씨는 현대차에 재직중인 직원이 회사 기밀 서류를 모아 자신에게 전달하게 하는 방식으로 기술 유출을 해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김 전 부장은 2016년 10월 비밀정보공개금지 가처분 심리 과정에서 수백건의 자료를 가지고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압수수색 결과 공익제보와 관련 없는 수만건의 기밀 자료들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부장의 이러한 행동이 과연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 제보만을 위한 행동이었는지, 그렇다면 왜 제보 내용과 상관없는 영업 기밀 서류 다수를 유출했는지, 이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김 전 부장의 제보가 공익적인 목적보다 금전적인 보상을 얻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 전 부장이 받은 포상금은 2015년 미 의회에서 통과된 '미국 자동차 안전 내부고발자 법'에 따른 첫 번째 사례다.

앞선 미디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김 전 부장은 미국에서 공익 제보를 진행하면 거액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당시 지난 11월11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제가 사실 이 일을 시작할 때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했을 때 이거보다 조금 더 많은 금액이 나올 수도 있다. 그 정도 예상을 가지고 사실은 시작했고요. 저도 현대차에서 품질본부에서 품질전략팀으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서의 그런 법칙이나 법규와 관련된 내용들을 꿰고 있었기 때문에"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6년 10월 8일 게재된 오토헤럴드와 박병일 명장 인터뷰에는 김 전 부장이 내부고발 보상금과 관련해 상세한 절차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병일 명장은 "한 번은 현대차 결함 사실을 미국 당국에 제보하면 거액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미국 NHTSA의 리콜 기준에 대한 자료도 나에게 보여줬다"며 "미국에서는 결함 사실을 인지하고 5일 이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3억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를 신고한 사람(내부고발자)에게 30%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당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이어 "내부고발자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직속 상관과 감사팀에 시정을 요구하고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부서를 옮긴 후 관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절차'도 A 씨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다"고 했다. 

공익 제보는 건강한 사회와 기업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역할이며 이를 위해 큰 용기를 낸 공익 제보자는 존경받아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김 전 부장의 경우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순수한 의미의 공익 제보였는지 그 의도가 의심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김 전 부장은 왜 공익제보와 관련 없는 자료들을 회사에서 유출했는지, 품질업무와 관련 없는 부서에서도 왜 영업기밀 자료들을 빼돌렸는지, 왜 보상금에 대한 언급이 지속적으로 있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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