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부 반대에도 국회 조세소위서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합의
대선 앞두고 가상자산 주요 투자층인 2030표심 의식한 것으로 풀이
여야 합의 뒤집고 정책 일관성과 과세 형평성 포기했다는 비판도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과세를 내년 1월 1일에서 2023년 1월로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주요 투자층인 2030대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정책 일관성과 과세 형평성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는 지난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내년 1월에서 2023년 1월로 1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만 이번 소위에서는 비과세 한도를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확대하는 안은 보류됐고 과세시점만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2023년부터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2024년에 세금을 내게 된다.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과세를 내년 1월 1일에서 2023년 1월로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김영진 민주당 간사(왼쪽)와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앞서, 지난해 12월 여야는 가상자산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복권 당첨금과 유사한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연간 가상자산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하고, 초과분에 세율 20%를 적용해 과세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여야 모두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가 미비하다며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고 결국 과세 시행 한달을 앞두고 전격 유예를 결정한 것이다. 

정부는 당장 가상자산을 과세해도 문제가 없다며 과세 유예는 자칫 가상자산 투자 권장으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30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가상자산 유예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난해 국회에서 결정해 주신 사항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과세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장 의원이 "여당이 지속적으로 가상 자산 과세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안 됐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홍 부총리는 "정부는 지난해 국회에서 과세를 결정해 주셨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 작업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가상화폐 과세기반이 미흡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철저히 완벽하게 한 다음에 (과세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인 것 같다"면서도 "전체적으로 가상자산을 과세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며 여야 결정에 여전히 부정정 입장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에도 "작년에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법도 통과시켜 주고 합의가 다 된 것을 1년 뒤에 와서 정부 보고 하지 말라면 (어쩌나)"라며 반발한 바 있다. 

이처럼 여야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하기로 합의 하면서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요 변수로 떠오르는 2030 청년층 표심을 의식한 정략적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여야가 이미 합의한 사안까지 뒤집은 것은 정책 일관성과 과세 형평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청년 표심을 위해서 여야가 이미 합의한 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행위는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먼저 청년 표심을 위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들고 나오니 여당이 유예를 걸정했고 야당도 이에 따른 것 아니냐. 야당 입장에서는 청년층 표심 이탈을 의식해 어쩔 수 없이 여당 결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이런 면에서 이 문제는 여야를 싸잡아 비판할 문제가 아닌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여야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통해 청년 표심을 잡으려고 한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여야 모두 2030 표심을 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는 과세 유예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게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여당의 경우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통해 젊은 층의 반감을 줄이려고 노력하는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며 "야당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과세 유예 정책에 반대를 하고 싶지만 반대를 할 수 없는 상황아닌가. 자칫 반대했다가는 청년층 표심이 자신들에게 등을 돌리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가상자산 주요 투자층인 2030 청년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과세 유예 카드까지 꺼내면서 표심 잡기에 나선 가운데, 앞으로 100일도 안남은 대선에서 청년층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후보는 누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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