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 실사 기간 연장 등 M&A 절차 지지부진
3년 가까이 신차 없어…전기차 전환도 시급
본계약 해 넘길 경우 법정관리 졸업도 요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초반 의욕적인 인수의사를 밝혔던 에디슨모터스의 미온적인 행보가 지속되며, 쌍용자동차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후 전기차 브랜드로 체질변화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매각절차에 들어가며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다. 하지만 쌍용차 브랜드 가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전날 쌍용차에 대한 정밀 실사를 마치고 이날부터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대금으로 3100억원을 적어냈지만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계약 협상에서 금액을 포함한 인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쌍용차는 이달 중으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짓고 연말까지 부채 상환과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 등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본계약 협상에서 이견이 커질 경우 이 절차는 해를 넘길 수도 있다. 주인 없는 불안정한 상태가 1년 6개월 넘게 지속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회생 전략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트렌드 속에서 초기단계선 단순 전기차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글로벌 업체들이 충전시간 단축, 주행거리 연장 등 핵심경쟁력 강화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폭스바겐은 62조원 투자를 발표한 상황에서 에디슨모터스는 500억원이면 차량개발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계획이 실현가능한지 조금 의문이 든다"고 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지난달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4년 연속 적자에 빠진 쌍용차를 5년 내 흑자로 전환시키고, 2030년에는 매출액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개발 중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순수 전기 승용차를 출시하고 연평균 3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동걸 회장은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산은의 대출 없이 쌍용차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는데, 가능하다면 산은의 대출 없이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산은의 지원을 원한다면 지속가능한 사업계획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담보를 강조하는데, 담보 있다고 지원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존속·회생가능성 보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강영권 대표는 쌍용차 인수 후 단종 된 모델들을 전기차로 부활시키고 쌍용차를 전기차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디자인 라이센스 문제 등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 알려지며 강 대표의 주장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4월 기존 대주주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대한 신규 자본 투자를 거부하며 본격화됐다. 그해 6월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대한 지배권을 포기하고 새 투자자를 모색 중이라고 발표했고, 8월에는 새 투자자가 나오면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HAAH오토모티브 홀딩스가 쌍용차 투자에 관심을 보이며 실사를 진행하고, 올해 1월에는 쌍용차와 HAAH가 P플랜(단기 법정관리·Pre-packaged Plan)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HAAH가 법원이 제시한 투자의향서(LOI) 제출 시한인 3월 말까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매각 작업은 백지화됐다.

HAAH만 바라보다 무려 6개월의 시간을 날린 셈이다. 그 사이 쌍용차의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돼 세 차례에 걸쳐 감사의견이 거절됐고, 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으로부터의 대출금 만기가 잇달아 도래하며 지난해 12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쌍용차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결국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해 올해 4월15일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며 2011년 3월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조기 법정관리 졸업을 꾀했지만 이 과정 역시 순탄치 못했다. 지난 7월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원매자 중 재계 38위 그룹인 SM그룹이 포함되며 쌍용차 경영정상화에 파란불이 켜지는 듯 했으나, 막상 9월 진행된 인수제안서 접수에서는 SM그룹이 불참해 M&A 열기는 한풀 죽었다.

본입찰에 자금조달 능력이 불분명한 미니 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가 조합된 컨소시엄들만 남은 상태에서 법원이 택한 곳은 비교적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었다. 10월20일 우선협상대상자가된 에디슨모터스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쌍용자동차가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Korando e-Motion) 수출 선적 기념식을 열고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다. /사진=쌍용차 제공

하지만 당초 10월28일로 예정됐던 M&A 양해각서(MOU) 체결은 협의 기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연기돼 지난달 2일에서야 이뤄졌고, 지난달 10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하려던 정밀 실사 역시 일주일 연기됐다.

이에 따라 M&A 본계약 체결과 회생계획안 제출 일정 역시 줄줄이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가 정밀 실사 일정을 미루면서 본계약 협상에서도 진통을 겪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 3100억원 외에 회생담보권 변제 등을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나온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총 인수자금을 1조4800억~1조6200억원으로 판단하고 1차 유상증자 등을 통해 2700억~3100억원, 2차 유상증자 등을 통해 4900억~5300억원, 자산담보대출 등을 통해 7000억~8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자산담보대출 계획에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협상이 늦어지면 본계약 체결 일정은 해를 넘길 수도 있다. 자금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일부 업계 의견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의 M&A가 정밀실사 이후 본계약 체결 이전에 무산된다"며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인수에 필요한 자금마련 계획을 상당히 타이트하게 잡은 상태라 변수에 대비할 수 있는 유연성이 없다는 게 불안 요인이다"고 말했다.

본계약이 순조롭게 체결되더라도 이후 여러 고비가 남아있다.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 타당성을 평가받아야 하고, 법원이 관계인집회를 열어 채권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모든 일정을 다 마무리하려면 쌍용차의 법정관리 졸업은 내년 1분기 내에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마힌드라의 투자 거부 발표 이후 약 2년간 불확실한 경영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쌍용차의 상황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한번 구매하면 적어도 5년은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의 반도체 수급난 문제까지 겹치며 경쟁력에 타격을 입힐 경우 M&A가 마무리되고 법정관리를 졸업해도 고객의 신회를 회복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

더욱이 신차 스케줄도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미 디자인과 상품성이 정해져 출시를 대기하고 있는 모델의 경우, 출시시기에 맞춘 상품성을 만들어놓지만 이런 스케줄이 늦어지면 구형모델이 되기 때문에 이 또한 경쟁력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쌍용차는 지난 2019년 2월 4세대 코란도 출시 이후 신차가 없는 상태다. 4개 라인업 중 2015년 1월 출시된 티볼리는 이미 풀체인지 모델이 나왔어야 했고, 2017년 5월 출시된 렉스턴, 2018년 1월 출시된 렉스턴 스포츠도 순차적으로 후속 모델이 등장할 시기가 도래한다.

기존 차종들의 생애주기를 페이스리프트 등을 통해 연장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지난 6월과 7월 잇달아 스케치가 공개돼 기대를 높였던 J100과 KR10(이상 프로젝트명)의 양산차 출시 등을 통한 판매 감소 만회가 필요하다.

전기차 전환도 시급한 과제다. 에디슨모터스가 밝힌 대로 당장 내년 전기차 10종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은 차치하고라도, 이미 쌍용차 자체적으로 개발해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코란도 이모션의 국내 출시로 전기차 판매 실적을 쌓을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1회 충전 주행거리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출시가 늦어질 경우 성능이 더 강화된 경쟁차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있음에도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의 인수를 저울질하며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번 구매하며 5년 이상 운행하는 자동차인 만큼 제품구매 후 회사의 존속은 소비자의 구매결정용인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빠른 M&A 마무리와 회생절차가 이뤄져야 새로운 고객의 유입도 기대할 수 있고 이를 통한 경영정상화도 가능해 질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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