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보험사가 망해도 5000만원까지는 보험료와 보험금을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실제로 보험 소비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일 공개한 'KDI 정책포럼 - 보험소비자에 대한 예금자보호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예금보험공사가 5000만원까지 보장하는 항목은 보험금이나 납부 보험료가 아닌 해지환급금"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보장성 보험의 경우 주된 목적이 위험 보장이므로 일반적으로 보험금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납입한 보험료 총액이며, 해지환급금은 가장 적다.
특히 2019년과 지난해 연간 400만건 이상 판매된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은 해지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적다.
황 연구위원은 "무해지·저해지 보험은 예금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가입자 대다수가 이런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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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개발연구원(KDI) 건물/사진=KDI 제공 |
예금보험공사 안내 문구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는 1인당 5000만원까지 '금융상품의 해지환급금(또는 만기 시 보험금이나 사고보험금)'을 보호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황 연구위원은 "주로 해지환급금을 보호하되,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보호할 수도 있다는 취지"라며 "보험사가 파산한 시점에 암에 걸리거나 사망하는 등, 파산 시점과 사고 시점이 겹칠 경우에나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7∼8월 보장성 보험 가입자 12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3%는 예금보험공사가 보험료나 보험금을 5000만원까지 보호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었다.
30대 청년층은 기대수명까지 남은 시간이 길어 예금자 보호 중요성이 더 크지만, 주된 예금자 보호 대상이 해지환급금이란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고, 보장성 보험 가입자의 46.2%는 보험에 가입할 때 미래에 보험사가 파산할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 연구위원은 "소비자 다수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사의 잠재적인 부실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유사시 보험금이나 보험료가 보호될 것으로 예상한 가입자는 이보다 적은 해지 환급금이 보호됨에 따라, 충격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파산 시 보험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을 경우, 불완전판매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부실 우려다.
MG손해보험은 지난 6월 말 지급여력비율(RBC비율·97.04%)이 최소기준치(100%)에 미달,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부과받았고, KDB생명도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70% 감소했으며, 여러 차례 자본확충 시도에 실패했다.
황 연구위원은 "예정대로 오는 2023년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자본규제(K-ICS)가 도입되면, 다수 보험사의 자본 비율(RBC비율)이 기준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 요인이 표면화되면서, 수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장성 보험 소비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예금자보호제도의 주된 보호 대상을 보험금으로 변경하고, 보장성 보험 소비자에 대한 예금자 보호 한도도 현행 5000만원에서 상당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주된 보호 대상은 보험금"이라며 "국제예금자보호기구(IADI)는 전체 예금자의 90∼95%를 전액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을 적정 보호 한도라고 판단하는데, 보호 한도가 1억원이면 이런 기준에 부합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특히 "은행 예금은 확정적으로 원리금을 지급하지만 보장성 보험은 보험사고 발생이라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같은 보호 한도를 적용하면 보험소비자가 '과소 보호'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 예금에 대한 보호 한도가 5000만원이라면 보장성 보험 소비자에 대한 보호 한도는 이를 넘을 필요가 있다"며 "다만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이려면 보험사가 예금보험공사에 출연료를 더 많이 내야 하고, 이는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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