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원으로 편성된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 측과 서울시의회의 '예산 전쟁'이 뜨겁다.
오세훈 시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TBS 출연금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시의회가 증액 조치를 했고, 서울런과 안심소득 등 오 시장의 핵심 사업에 대해 시의회가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전액 삭감 조치했을 정도다.
최근 시청 고위 간부 등 관계자 22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이 일어난 가운데, 시의회 예결위 심사가 연기됐다.
예결위는 오는 10일 심사를 재개해 예산안에 대한 질의답변에 들어갈 방침이지만, 안건 처리시한이 22일로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다. 오는 16일까지는 본심사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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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월 16일 열린 303회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
구체적으로는 시의회와 서울시 측이 계수조정 등 물밑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정치적 프레임 싸움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만약 22일 시의회 본회의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을 경우, 연말까지 임시회의를 열고 협상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시의회 민주당 조상호 대표의원(3선·서대문구 제4선거구)은 9일 본보 취재에 "가장 시급한 것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힘든 입장"이라며 "이들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조상호 의원은 이날 "다만 손실 규모를 판단해야 하는게 있으니깐 현실적으로 힘들면 굳이 손실보상이 아니더라도 소상공인 지원으로 해서 꼭 필요할 것 같다"며 "오 시장 측이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관건은 시간이다. 이달 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전 회계연도(2021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적 예산집행 단계인 '준예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의원은 이와 관련해 "회계연도 안에만 해결하면 준예산까진 가지 않을 것 같고 그 전에 정리해야죠"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그는 서울시 측과의 소통과 관련해 "협의 자체가 없었으니까"라며 "시예산 편성하는 과정에서도 저희와 얘기해본 적 없다. 결정된 다음에 통보 식으로 했다. (서울시 측의) 언론플레이를 통해서 밖에 얘기가 안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로서는 오 시장이 주도한 정책 예산을 시의회가 줄줄이 전액 삭감해 사업 자체가 원천 봉쇄된 상황이다. 야심차게 소개했던 교육플랫폼 서울런 사업 168억원, 안신소득시범사업 74억원 등은 예산 전액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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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6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03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 전경이다. 시의원들이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제공 |
시의회는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안 중 218개 사업(9193억원 규모)이 감액됐고, 253개 사업(6031억원)을 증액했다. 반면 시의회 상임위가 심의하는 과정에서 새로 들어간 사업은 53건에 달한다.
서울시 측은 시의회 민주당의 예산 삭감 및 증액 조치에 대해 강경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태세다.
시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예산 심의권만 행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시의회가 예산 삭감을 할 수 있지만, 시가 삭감한 예산을 시장 동의 없이 증액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오는 16일까지 시의회와 예산 관련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다"며 "협상은 할 것이고, 양측이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준예산 사태까진 가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지방선거까지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오는 22일 시의회 본회의까지 협상이 잘 끝나지 않을 경우, 과거 무상급식 거부사태와 같은 비상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시와 시의회가 시민들을 생각해 묘안을 짜낼지 주목된다. 당장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