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로 예·적금에 투자돼 수익률이 낮았던 퇴직연금 자금이 보다 능동적인 수익률 추구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산운용업계는 타겟데이트펀드(TDF)로 자금이 많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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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10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부터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 9일 DC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내용의 퇴직급여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회의에 참석한 재적인원 177명이 전원 찬성하면서 무난하게 통과됐다.
디폴트 옵션이란 근로소득자가 자신의 퇴직금을 직접 운용해야 하는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이후, 사전에 근로자가 동의한 대로 자산운용사 등 전문 기관에서 근로자 대신 약정한 상품으로 운용해주는 제도를 지칭한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에서 꾸준히 그 필요성을 주장해온 제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근로소득자들의 퇴직금은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운용되다보니 수익률이 낮은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렇다 보니 노후 소득재원 확충이라는 퇴직연금 제도의 원래 취지도 살리기가 어려웠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들은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해 연 7.5%대의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수익률은 연 1% 수준으로 일반 적금 상품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 3분기말 기준 DC형 퇴직연금의 1년간 수익률은 3.57%지만, 퇴직연금 가운데 86.4%를 차지하고 있는 원리금보장형의 수익률은 1.74%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퇴직급여법 개정안 통과를 금투업계가 반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투자협회 측 관계자는 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우리나라도 이번 제도 도입을 통해 퇴직연금에 본격적인 ‘운용’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금융회사 간 경쟁을 통해 가입자의 수익률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당초 법안의 원안과 다르게 ‘원리금 보장형’도 디폴트옵션에 포함됐기 때문에 극적인 수익률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실제로 개정된 법안 내용을 보면 디폴트옵션에 ‘하나 이상의 운용유형을 포함해야 한다’는 요건이 포함됐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퇴직연금사업자가 원리금 보장상품으로만 운영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어 이 경우 수익률 개선의 속도는 다소 느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나 호주와 달리 ‘원리금 보장형’이 디폴트옵션에 포함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법안 개정의 물꼬를 튼 만큼 적어도 지금보다는 수익률이 제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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