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선택(60·새정치민주연합) 대전시장이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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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
대전지방법원 제17형사부(송경호 부장판사)는 16일 권 시장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형이 확정되면 권 시장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권 시장은 야인 시절이던 지난 2012년 10월 김종학(51) 현 대전시 경제협력특별보좌관과 함께 포럼을 만들어 운영하며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이 과정에서 특별회비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포럼 활동을 선거운동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권 시장의 죄책이 가볍지 않은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권 시장이 시민과 직접적으로 만나며 인사하는 방법으로 포럼 활동에 빠짐없이 참여한 점, 이를 통해 권 시장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시민에게 알리며 인지도와 우호적 이미지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권 시장은 당시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로서 이 사건 범행의 직접적인 이득을 누린 사람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통상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의 범주를 넘어서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포럼 회비로 모인 1억5900여만원의 돈도 불법 정치자금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포럼활동을 선거운동이라고 판단한 이상 회비 모금은 정치자금 기부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치자금으로 기부된다는 회원들의 인식 여부에 관계없이 포럼 활동에 비춰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는 성립한다"며 "포럼이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받은 것은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인 구성원으로서 위반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권 시장 선거캠프 회계책임자로 일하며 허위 회계보고를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8)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권 시장 형량과 별도로 김씨의 형량도 이대로 확정되면 권 시장 당선은 역시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김씨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지도 않은 컴퓨터 등을 사는 데 3900여만원을 지출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비용을 허위 보고했다"며 "정치자금 수입과 지출 명세를 명확히 해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종학 현 대전시 경제협력특별보좌관과 선거사무소 조직실장 조모(45)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 특보는 권 시장과 함께 포럼을 만들어 운영하며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 등이, 조씨는 전화홍보 선거운동원에게 4500여만원을 불법 수당으로 지급한 혐의 등이 각각 유죄로 인정됐다. 사전선거 운동에 관여하거나 불법수당 지급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 6명도 각각 징역형(집행유예)과 벌금형이 선고됐다.
권 시장은 1심 판결에 대해 "정치인의 일상적·통상적인 정치활동을 선거법으로 확대 해석해 규제하고 유죄를 판정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권 시장 측은 검찰이 권 시장 선거사무소 조직실장을 구속한 뒤 포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애초 목적과는 상관없는 자료까지 가져갔다며 위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25일 권 시장 측 포럼 사무실에 대한 1차 압수수색 집행을 통해 검찰은 애초 수색영장에 적시된 혐의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 일부 자료를 임의제출 형태로 받아 가져갔다. 또 적법한 수집을 위해 같은 해 10월 2일 2차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 포럼 사무실에 해당 자료를 돌려줬다가 영장을 집행하며 임의제출동의서를 받고 다시 자료를 압수해갔다.
이에 법원은 “1차 압수수색 영장에 의한 압수의 위법성이 2차에도 승계된다”며 “2차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검찰이 위법한 절차를 통해 이미 확보한 증거의 취득을 승인해 달라는 것으로 수사기관이 혐의 사실과 무관한 증거를 취득한 절차의 적법성을 얻고자 한 외양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2차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통해 1차 압수수색 영장 집행의 위법성을 해소한다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금지하는 포괄적 압수수색을 허용하는 셈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재판부는 “임의제출 당시 피압수자가 특별히 이의를 제기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고 자필 서명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적법한 압수라고 보인다”며 1차 증거의 위법성과 인과관계가 떨어지거나 단절되는 증거들은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