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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최근 국내 방송·통신업계에서는 부쩍 이해 관계자들 간 얼굴을 붉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적정 콘텐츠 이용료를 두고 갈등이 생겨 CJ ENM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KT는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와 라우터 교체 실수로 촉발된 유·무선통신 장애 사고로 자사망을 이용하는 고객들과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뭇매를 맞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콘텐츠 전송료를 두고 넷플릭스와 현재 소송가액 700억원이 넘는 송사를 벌이고 있다. 인터넷 접속 품질 저하를 우려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에 따른 트래픽을 견디다 못해 전용망을 신설했다. 그럼에도 원고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피고 SK브로드밴드의 망을 통해 콘텐츠를 전송하면서도 대가를 단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고,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며 법정 다툼이 벌어지게 됐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넷플릭스가 글로벌 영향력을 앞세워 갑질을 하고 있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법원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 망 접속·연결 등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는 만큼 망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에게 철퇴를 가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넷플릭스가 궤변을 늘어놓으며 거래의 기본인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거부하면서 촉발된 것인 만큼 법원 판단은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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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TV 3사·CJ ENM 로고./사진=각 사 |
한편 넷플릭스로부터 피해를 본 SK브로드밴드는 B tv를 운영 중인 IPTV 사업자이기도 하다.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IPTV 업계는 지금껏 CJ ENM과 같은 프로그램 제공사(PP)들과 업계 관행이던 '콘텐츠 선공급 후계약' 문제를 두고 감정 싸움을 해왔다. 이는 방송 플랫폼은 한정돼 있는 반면 PP들은 상대적으로 많고, 콘텐츠를 일단 밀어넣기에 급급한데서 비롯했다.
그러다보니 콘텐츠 제공 계약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생겨났고, PP사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속출해 갑질 논란이 따르기도 했다. 보다 못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채널 공급 계약은 선계약 후공급의 형태로 체결돼야 한다"며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IPTV 업계는 자신들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반발했지만 콘텐츠 거래 구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오죽했으면 방송·통신 규제 기관들이 당연한 일을 법제화까지 하려고 나서겠나.
특히 SK브로드밴드는 전송망과 프로그램 선계약 후공급 두 문제 모두에 연루된 당사자다. 법원 판결에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제때 줄 건 줘야 한다'는 정부 조치를 존중하고, 또 엄중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목에 깁스한 듯한 넷플릭스의 고자세만 지적할 게 아니다. 행정당국이 팔을 걷어부치기 전에 IPTV사로서 PP사들이 토로하는 대금 문제 해결에 먼저 자발적으로 나섰다면 SK브로드밴드는 '내로남불' 지적을 피함과 동시에 면도 서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