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에 대한 심리 커져…"특판 가입조건 꼼꼼히 살펴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은행 '특판 상품'이 돌아왔다.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진입하면서 은행들도 고객의 기대 수준에 맞춰 고금리 상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주식·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던 자금이 은행으로 이동하는 '역머니 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대다수의 특판이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적용받는 방식이어서 가입할 때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사진=김상문 기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0%로 인상해 18개월 만에 '저금리 시대'의 막이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내년까지 최대 세 차례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등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도 곧바로 수신금리를 인상하는 등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전날 우리은행은 최고 연 2.03%의 특판예금인 '우리고객님 고맙습니다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기본금리는 1년제 연 1.53%, 2년제 연 1.63%이며, 최대 연 0.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로 제공한다. 특히 중도해지(약정기간 1/2 경과 후 해지)시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앞서 주요 시중은행 등도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의 대표적인 주력상품인 '안녕, 반가워 적금'은 최대 월 50만원 한도로 1년 만기 최고 연 4.2%의 금리가 적용되며, '신한 알쏠 적금'은 1년 만기 최고 연 2.6%를 금리가 제공된다. 국민은행의 비대면 전용상품인 KB반려행복적금은 3년 만기 기준 최고 금리가 3.1%로 인상됐고, 사업자우대적금은 연 2.85%로 조정됐다.

특판은 은행권에서 '효자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신규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동시에 비교적 수월하게 은행의 수신 잔액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1~2년 사이 특판이 은행권에서 자취를 감춰왔던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금융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과거처럼 저축을 통해 부를 형성하겠다는 기대감이 옅어지면서 여윳자금이 있으면 은행에 묻어두기보다 주식 등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러다 최근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자산시장에 몰렸던 뭉칫돈이 은행으로 대거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공급망 차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자산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54조9438억원으로 집계돼 두 달 전인 9월말 632조4170억원과 비교해 22조5268억원 증가했다.

다만, 대다수의 특판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우대금리를 더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가입시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금융당국은 조언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당시에는 고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 예대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 등이 특판출시에 큰 기대를 미치지 못했다"면서 "미국이 내년부터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당분간 시중 유동성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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