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외산 OTT 기업들이 속속 상륙함에 따라 관계 당국들이 국내 OTT 업계 육성에 나섰다. 그러나 실상은 규제 권한을 놓고 샅바 싸움을 하거나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입안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이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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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OTT 4사·주무 기관 로고./사진=각 사·기관 제공 |
14일 업계에 따르면 OTT 사업자들에 대해 법적 지위 부여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의결이 보류돼 해를 넘기게 됐다. 지원정책이 표류하면서 국내 OTT 사업자들의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당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OTT 사업자를 전기통신사업법상 '특수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고자 했고,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로 새로 규정하고자 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진흥책이 필요하니 동영상 사업자를 추가하자던 과기정통부 제시안에 대해 정부 부처 간 이견은 없었다"면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추 의원 안에 거부 의사를 밝혀 모든 일이 꼬이게 됐다"고 말했다.
OTT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새로운 개념이나 법적 위치가 정립되지 않아 관련 법규 제정 논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OTT 규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문화체육관광부다. 국내에서 콘텐츠를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영상 등급 심의를 거쳐야 한다. 관련 조항은 문체부가 관할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뿌리두고 있다. 문체부는 '온라인 비디오물 제공업' 규정을 신설해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 절차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OTT 사업자들은 문체부의 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주무 부처가 하나 더 늘어난다. 업계는 현재도 부가통신사업자 역무를 지는 만큼 법적 지위만 신설하면 되는 문제를 규제로 해결하려 든다며 우려하고 있다.
OTT 업계는 정부나 국회 차원의 육성책 내지는 진흥책이 나와주길 바라지만 기관끼리 권한 다툼을 벌이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OTT 업계로부터 각종 기금 징수까지 추진하고 있어 정부 육성의지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42조에 따라 방송·통신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방송 통신 발전 기금(방발 기금) 부과 대상에 OTT 포함을 추진하고 있다. 방발 기금은 정부 당국의 허가로 독점 지위를 가지게 된 사업자가 관련 업계 진흥 차원에서 부담한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포스트 코로나 2022 정책'을 발표해 국내 OTT에 대한 영화 발전 기금 부과 등 규제 마련에 착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산업이 붕괴됐는데 비해 OTT 업계는 성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OTT 업체들은 정부 허가를 받고 사업하는 게 아니며, 적자를 보면서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각종 기금 부과 의무를 지우는 건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건 사실상 준조세"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콘텐츠 수익은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글로벌 OTT들이 독점한다"며 "넷플릭스는 현재 세금도 탈루한 상태로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는데 외국 기업들이 방발 기금을 내겠느냐"며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우려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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