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0조든 100조든 추경을 위해서는 정치권 합의 강조
윤석열 “빠를수록 좋다” 했지만 김종인이 제동, 의견차 봉합
민주당은 ‘명분’ 필요, 국힘은 손실보상 주도권 쥐겠단 의도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뜨겁다. 국민의힘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은 한발 물러서면서 프레임 전환을 노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1일 국민의힘이 던진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를 수용하는 대신 전제조건으로 ‘여야 합의’를 제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주장한 50조원이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주장한 100조원이든 추경을 위해서는 정치권이 합의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을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도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달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신속한 협상 테이블 설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향해 “(추경)저작권도 그분들에 있지 않나. 50조 원, 100조 원 지원 필요성을 먼저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가산디지털 SK브이원 아쿠아픽 대회의실에서 중소 벤처기업 정책공약 발표에 참석 한 중소 벤처기업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국민의힘은 스텝이 꼬인 상황이다. 윤 후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예산안을 제출하라”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도 “결국은 후보가 말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호응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대선 후보의 추경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고 제동을 걸었고, 이준석 대표도 “김 위원장 말이 옳다”고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여기에 “윤 후보의 (추경 언급은) 말실수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손실보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윤 후보의 입장을 단순히 ‘말실수’로 치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생각은 같다”고 꼬인 스탭을 정리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추경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 됐다.

이처럼 여야가 적극적인 추경의 적극적인 추진보다는 ‘여야 합의’, ‘대선 이후 논의’ 등을 주장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서울 서초구 재경광주전남향우회 초청 ‘윤석열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문재인 정부는 이미 내년 본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607조7000원’으로 편성했다. 말 그대로 ‘슈퍼 예산’이다. 100조원 상당의 추경을 편성하려면 적자국채발행 외에 방법이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슈퍼 예산’ 편성 직후 바로 추경을 꺼내들기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에 ‘정치권의 합의’라는 명분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추경 제안을 정면으로 거절할 경우 ‘50조 원(윤 후보)·100조 원(김종인 위원장)’ 언급에 대한 진정성 논란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추경을 받을 경우 정부·여당의 선거 직전 ‘돈 풀기’가 윤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어 결국 발을 뺐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안 후보는 “(여야가) 얼마나 급하면 제대로 된 과정도 안 거치고 금액 이야기만 하는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야가 12월 임시국회 일정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추경안을 둔 신경전만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