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꽤 길었던 '눈치싸움'이 끝나니 '쩐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잠잠하던 FA 시장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14일 두 건의 FA 계약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LG 트윈스가 삼성 라이온즈 출신 외야수 박해민과 4년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NC 다이노스가 두산 베어스 외야수로 활약했던 박건우를 6년 총액 10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54억원, 인센티브 6억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박건우와 박해민은 국가대표 경력의 리그 정상급 외야수여서 FA시장에 나왔을 때 거액 계약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됐던 선수들이다. 실제 그렇게 됐고, 금액은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올해 FA시장은 지난달 26일 열렸다. 하루 뒤인 27일 제1호 FA 계약자가 나왔다. 한화 이글스가 자체 FA인 포수 최재훈과 5년 총액 최대 54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3억원, 옵션 최대 5억원)에 계약했다.

최재훈의 계약 규모가 던진 파장이 컸다. 최재훈은 한화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긴 했으나 50억 이상 고액 계약을 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제1호 계약자 최재훈의 계약 금액이 바로미터가 됐다. 자체 FA와 재계약을 원하거가, 다른 팀 FA 중 팀에 필요한 자원을 영입하려던 구단들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최재훈 계약 이후 보름이 넘어서야 그 다음 FA 계약이 성사됐다. '눈치싸움'과 협상테이블에서의 '밀당'이 치열하게 전개된 결과다.

박해민과 박건우는 이른바 '대박 계약'을 했다. 둘의 계약 규모로 볼 때 이제는 '쩐의 전쟁' 국면으로 넘어간 듯하다.

불타오르기 시작한 FA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의 또 다른 계약이 있었다. 이날 SSG 랜더스가 팀 선발투수 박종훈과 5년 총액 65억원, 문승원과 5년 총액 55억원에 계약한 사실을 알렸다. 둘은 FA 자격이 아닌데도 SSG가 다년 계약과 함께 적잖은 연봉을 안기며 대형 계약을 했다. 올해 나란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내년 6월에나 복귀 예정인 두 투수의 계약도 깜짝 놀랄 수준이었다.

'쩐의 전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FA 시장에 남아있는 굵직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성범, 김재환, 김현수, 손아섭 등 외야수 쪽에 강타자들이 몰려 있다. 포수 강민호, 내야수 박병호와 황재균, 투수 양현종과 백정현 등 이름값만 놓고 보면 모두 최상급 자원들이다.

당장 나성범의 경우 눌러앉히기를 원하는 원소속팀 NC 다이노스와 영입을 원하는 KIA 타이거즈의 경쟁으로 150억원의 몸값이 책정됐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박건우가 물꼬를 튼 100억원대 FA계약이 앞으로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FA 계약한 3명의 계약 총액은 최대 214억원이다. 14일 하루 4명 계약자의 총액이 280억원(박종훈 문승원 다년계약 포함)이다.

코로나 시국에 이처럼 FA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쩐의 전쟁'은 이미 불이 붙었다. 역대급 대박 계약 소식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