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유발 요인 늘어나고 그 영향도 점차 확산"
[미디어펜=백지현 기자]이주열 총재는 16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는 다소 낮아지겠지만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하면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2%에 근접한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 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 등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1~1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2.3%로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았다. 특히 10월 이후 3%대로 더욱 높아졌으며 지난달 상승률은 3.7%를 나타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농축산물가격도 기상여건 악화, 병해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 "공급측 요인에 더해 수요측 압력도 커진 점도 영향을 주었다"며 "국내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되면서 지난달 개인서비스물가가 1년전 대비 3% 오르는 등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점차 커졌다"고 설명했다.

내년 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보다는 다소 낮아지겠지만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웃돌고,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2%에 근접한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국내외 물가흐름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이 늘어나고 그 영향도 점차 확산되면서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 오름세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상승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시각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주요국간 갈등, 기상이변 등 예상치 못한 충격이 더해지면서 높은 에너지가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다 자동차용 반도체 등 일부 중간재와 내구재에 국한됐던 공급병목 현상 역시 원자재와 물류 등 생산 단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예상보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공급망 회복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이처럼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일시적 요인들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압력까지 더해지며 물가 오름세는 국내 각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2%를 상회하는 높은 가격상승률을 나타내는 품목의 범위가 에너지, 농축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 최근에는 내구재, 개인서비스, 주거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해 일시적 요인이나 특이 요인의 영향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의 오름세도 높아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거나 매우 낮은 품목을 제외한 '조정평균 소비자물가'나 정부정책의 영향을 제거한 '관리제외 근원물가'의 상승률을 보면 연초 1% 내외였으나 최근에는 2%를 웃돌고 있다.

더욱이 2%를 큰 폭 상회하는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상승하고 있다. 이에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지면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임금과 물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가상승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경제 환경에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감지되면서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여 구조적인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례로 기업들이 비용절감 보다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우선시하여 리쇼어링에 나서는 등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생산 및 유통 관리에 있어 재고를 최소화하는 기존의 저스트-인-타임(just-in-time) 방식에서 만일에 대비하는 저스트-인-케이스(just-in-case)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효율성(efficiency)보다는 복원력(resilience)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조짐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한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움직임은 원자재 가격 상승, 화석연료의 수급불균형 등을 유발하면서 장기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최근들어 물가상승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최근의 물가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