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취임하고 활동하기 시작한지 만으로 1년이 조금 넘었다.
짧은 기간 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성비 위주의 라인업으로 밋밋함의 대명사였던 현대차그룹의 라인업을 글로벌 혹평가들에게 인정받을 만큼 탄탄하게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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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더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전기차 분야에는 E-GMP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소개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분야 혁신의 이미지를 이끌어 냈다. 이를 통해 과거 패스트 팔로어로 여겨졌던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분기점으로 톱티어로 올라섰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서 신차 평가도 좋아지는 시너지 효과까지 이어지고 있다.
1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자동차 선진 시장인 북미, 유럽의 자동차 단체와 유력 매체가 발표하는 '올해의 차' 가운데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10개의 시상식의 주요 수상 내역을 분석한 결과, 현대자동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가 '올해의 차' 종합우승을 가장 많이 차지했다.
주최 측에 따라 올해의 차 최고상과 부문별 수상내역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총 10개 시상식 가운데 6개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특히 최고상 없이 부문별로만 발표하는 왓카와 카앤드라이버를 제외하면 8개 시상식에서 6개를 받아 사실상 올해 주요 자동차 어워즈를 싹쓸이한 셈이다. 부문별 시상식에서도 총 12개의 상을 받으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각 국가 및 지역 자동차 전문가로 구성된 단체가 평가하는 북미, 유럽, 전세계, 캐나다, 독일 등 5개 시상식에서만 현대차그룹은 3관왕을 차지했다.
현대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가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한 것을 비롯, 제네시스 GV80이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 현대차 아이오닉 5가 독일 올해의 차를 수상하면서 전기차, 럭셔리카, 일반 브랜드 내연기관 등 핵심 부문에서 모두 최고 평가를 받았다.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가 발표하는 시상식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왓카, 카앤드라이버, 탑기어, 모터트랜드, 오토익스프레스 등 5개 시상식에서 현대차그룹은 3번의 최고상을 차지했다.
제네시스 GV70은 모터트랜드 선정 올해의 SUV, 현대차 I20 N은 탑기어 선정 올해의 차,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오토익스프레스 선정 올해의 차를 각각 수상했다.
특히 냉혹한 평가로 유명한 글로벌 자동차 전문 미디어 탑기어도 현대차를 올해의 차로 선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2000년대 초반 현대차를 바퀴 달린 냉장고와 세탁기에 비유하며 혹평했던 탑기어가 현대차를 최고의 자리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 의미가 크다.
현대차‧기아가 출시하는 차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톱티어 브랜드로 인식한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진다.
탑기어는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5를 비롯해 혁신적인 라인업과 친환경기술을 갖춘 현대차를 높이 평가하며 올해의 제조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는 결과다.
올해의 차에 선정된 현대차그룹 차종을 살펴보면 전동차, 고급차, SUV 모델이 대세임을 알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전략적으로 집중해왔던 부문으로 △디자인 △생산 △품질 △혁신성 △안전 등 전체적인 상품성에서 글로벌 상위권으로 올라선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처음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올해 초 공개 이후 국내와 유럽에 잇따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E-GMP는 전통 자동차회사 중에선 시기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앞선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전용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를 앞당기고 아이오닉5와 EV6가 호평을 받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독일 올해의 차'에서 최고상과 오토 익스프레스의 올해의 차 최고상에 동시 선정됐으며 기아 EV6는 탑기어 선정 올해의 크로스오버 상과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상을 받았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모터트랜드 올해의 SUV로 선정된 GV70 비롯해 GV80은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를 수상했다. 안전 측면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평가에서 전 차종이 '가장 안전한 차'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IIHS로부터 모든 차종이 최고 등급을 획득한 럭셔리 브랜드는 제네시스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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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브랜드 출범 7년 만에 유럽과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연산 20만대 체제를 갖춘 제네시스는 올해 G80과 GV70 전동화 모델을 선보이고 전용 전기차 SUV GV60를 출시해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각종 수상과 호평은 제네시스 시장 확대 전략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SUV 차급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SUV 활약 또한 두드러진다. 기아 쏘렌토와 텔루라이드가 왓카와 카앤드라이버에서 각각 부문별 우수차종으로 선정되면서 SUV 명가의 저력을 보여줬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수상 소식은 2022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 올해의 자동차'에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나란히 최종 후보에 선정된 상태다. 최근 출시돼 호평을 받기 시작한 제네시스 GV60도 내년도 활약이 기대되는 차량이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들이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적은 없지만, 2021년 아이오닉5와 EV6가 전 세계에서 받은 수많은 호평과 상을 고려해보면 그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럽 COTY 발표는 내년 2월 말로 예정돼 있다.
북미 최고 자동차 시상식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북미 올해의 차는 승용차, 트럭, 유틸리티 등 3개의 최고상을 뽑으며, 현대차 아이오닉 5와 제네시스 GV70가 '북미 올해의 유틸리티'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싼타크루즈는 '북미 올해의 트럭' 최종 후보에 올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발표는 내년 1월 이뤄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약진과 브랜드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미래 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리더로 평가받으며 올해 6월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Autocar)가 주관하는 '2021 오토카 어워즈 (2021 Autocar Awards)'에서 '이시고니스 트로피(Issigonis Trophy)'를 수상했다.
오토카는 1895년 세계 최초로 발간된 자동차 전문지로, 영미권 독자 외에도 온라인판, 국제판 등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보유한 매체이며 매년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인물과 제품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유력 자동차 전문 기관과 매체들의 호평은 현지 판매와 시장점유율 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에서는 SUV 모델과 제네시스, 친환경차 판매가 큰 폭으로 성장하며 올해 누적 실적 기준으로 최고 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차종별로는 현대차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와 기아 텔루라이드, 쏘렌토 등 SUV 모델이 인기를 끌며 현지 판매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트루카에 따르면 현대차 11월 평균 판매가격은 대당 3만3861달러로 전년 대비 11.4% 상승했고, 기아는 3만1386달러로 12.8% 상승하며 전체 신차 평균 거래가격 상승폭(8.6%)을 상회했다.
11월까지 기아와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하면서 현대차그룹의 11월 미국 시장 점유율을 9%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현대차·기아가 연간 기준 처음으로 혼다를 제치고 미국 5위 완성차 업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유럽시장에서도 입지를 크게 넓혀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유럽 승용차시장 규모 1위와 2위인 독일과 영국에서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크게 늘리면서 유럽시장 전체 점유율이 상승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0월까지 판매실적은 각각 42만7015대와 43만525대로 합산 시장점유율 8.6%를 기록하며 BMW와 토요타를 제치고 점유율 4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전기차 판매대수는 10월까지 누적 10만4883대(현대차 5만6637대, 기아 4만8246대)를 기록하며 유럽 시장에서 처음으로 연간 기준 전기차 판매 1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영실적이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되는 것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룬 실적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공급이 지연되면서 예측 대비 성장폭은 줄었으나,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와 친환경차 트랜드 확산으로 전기차(BEV) 출시가 본격화되고 SUV 선호가 지속됨에 따라 SUV 중심의 다양한 신차가 쏟아지면서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이런 경쟁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직문화개선 등으로 민첩하고 정교해진 의사결정과 연구개발에 대한 효율적인 투자 및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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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콜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이 ‘독일 올해의 차’를 수상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
전동화 라인업 확장과 공격적인 신차 출시로 격랑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준 현대차그룹은 혁신적인 모빌리티와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사업 전환을 선언한 것도 글로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브랜드 가치 종합 순위에서 현대차는 전년비 약 6% 상승한 152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35위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로 평가된다. 인터브랜드 측은 "미래 모빌리티 구체화·투자 지속 및 발 빠른 시장 대응이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주요 자동차 시상과 평가 등에서 현대차그룹 출시 차종들이 역대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타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는 데다,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 신기록을 세우며 시장 순위가 높아지면서 유력 자동차 매체에서 현대차‧기아를 주요 기사로 올리는 빈도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낫다.
그동안 현대차‧기아를 주목받는 패스트 팔로워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판매량에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및 스텔란티스와 '빅3'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다.
각 자동차그룹과 자동차협회에서 발표한 1~3분기 누적 글로벌 자동차 판매 현황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695만대), 토요타그룹(632만대)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3위 자리를 놓고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549만대), 현대차그룹(505만대), 스텔란티스(504만대)가 경합중이다. 3위 자리는 4분기 부품 수급상황에 따른 생산량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올해 7월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그룹의 미래 방향성은 고객 인류 미래 그리고 사회적인 공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6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전문지 오토카도 "10년 전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는 흥미로운 브랜드가 아니었지만 현재 세계 굴지의 자동차그룹으로 성장했다"며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분야에서 업계 선두주자로 발돋움해 더는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현대차그룹을 추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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