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난사가 반복되고 있다. ‘창업주’ 박태준전회장의 정계진출 이후 매 정권마다 전임 회장등이 검찰수사를 받고 곤욕을 치르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이대로 가면 국민기업, 공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가 흔들려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주인없는 국민기업의 부작용과 비극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이 최근 포스코건설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한 것은 정준양 전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등 해외사업 비자금 조성의혹과 부실기업 인수 의혹등과 관련해 고강도 수사가 진행중이다. 현 권오준 현회장 직전에 포스코를 이끌었던 정 전회장 시절 이루어진 사업들이다.
정 전회장은 역대 회장 가운데 유독 정권유착 의혹이 많이 제기됐다. 이구택 전 회장 후임을 놓고 윤석만 전사장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풍문이 많았다. 이명박정부 실세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심지어 MB정권 실세가 나오는 자리에 포스코에 납품하는 중소하청업체 대표와 자리를 같이 하기도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포스코 회장의 체신에 먹칠을 했다는 것. 회장에 취임한 후 30여개사를 인수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벌였다. 정 전회장측은 이에대해 철강경쟁력 강화와 자원 신소재 등 사업포트폴리오측면에서 추진됐다고 해명했다.
그의 경영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로 포스코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폄훼했다. 권오준 현 회장은 비철강사업을 대폭 구조조정하고, 철강본업으로 승부하려 하고 있다.
정회장 5년 재임기간 계열사는 40개사에서 70개사로 급증했다. 조단위 인수합병도 많았다.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3조4000억원, 호주 로이힐 광산에 1조2000억원 등, 브라질 제철소 건립에 5000억원등이 투입됐다. 가장 큰 의혹을 받고 있는 부실기업 성진지오텍 인수에 1600억원을 쏟아붓고, 이를 정상화시키는 데 5000억원이상 들어갔다.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건설사업에선 100억원이상 비자금 조성의혹이 타깃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시절엔 이구택체제에선 포스코가 계열 청암재단을 통해 좌파인사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이들의 해외연수도 확대했다.
포스코측은 검찰수사로 수난을 당하겠지만, 심각한 부정부패나 비리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정권 시절부터 세무조사와 사정당국의 고강도 수사를 받아서 나름 투명하게 회계처리등을 했다는 것이다. 포스코 계열사 사장은 “포스코가 부패기업은 아니다”며 "털어도 별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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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가 전방위 사정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스마트수사로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해외신인도 추락과 경영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정권과 현정권 파워게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권오준 회장은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
이번 수사는 정 전회장과 MB맨간 유착을 밝혀내고, 비자금등이 흘러갔는지가 핵심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명박정권은 최근 현 박근혜정부와 갈등을 보였다. MB는 최근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란 책을 냈다. 회고록에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민감한 비밀협상등이 언급돼 있다. 박근혜정부는 남북 물밑접촉은 공개돼선 곤란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MB의 회고록이 현정부의 대북접촉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하나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 개발 이슈다. 여야는 이미 '사자방특위'를 구성해서 활동중이다. MB시절 이뤄진 천문학적인 해외자원개발과 22조원이상 투입된 4대강 사업 부실문제를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MB와 그의 참모들은 이들 문제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찾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정당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MB측근들이 최근 부쩍 박근혜정권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이말저말로 흔들어대는 것도 문제다. 이재오 의원은 노골적으로 개헌을 주장하며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을 부추기려 하고 있다. 개헌문제는 청와대가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슈다. 개헌론이 본격화하면 국정이 동력을 상실하고, 경제개혁 등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할 힘이 실종될 것이라는 것. MB측근들도 종편에 나와 현정부에 대해 이런저런 말로 청와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현 정권과 전 정권간에 샅바싸움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가 고강도 사정을 받는데는 MB맨과 그들의 후원세력들이 포스코와 납품등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8일 MB정권 인맥들이 포스코외주업체 10개사를 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와 계열사에 비리와 부정부패가 있다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 박근혜대통령도 17일 국무회의에서 부정과 비리의 뿌리가 있다면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부패에는 성역이 없다는 강경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문제는 사정당국의 전방위 수사가 자칫 포스코의 현 경영진을 위축시키고, 해외사업 차질, 대외신인도 추락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국민차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투자규모만 11억달러에 달한다. 사우디국부펀드와 합작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우디 국민차사업은 박근혜대통령이 최근 중동 순방중에서 얻어낸 가장 큰 세일즈외교성과로 꼽힌다.
포스코 수사는 환부만 도려내는 스마트수사가 돼야 한다. 포스코 전체를 마구 흔들어대는 수사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신속, 정확한 수사로 비리를 밝혀내야 한다. 철강본업 경쟁력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권오준 현회장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외투자자들의 불안을 최소화하는 것도 과제다. 포스코는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글로벌기업으로서 포스코에 대한 월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비리집단, 부패집단으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화하고, 경영투명성을 더욱 제고하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설득해야 한다. 수사가 경영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민기업으로 시작한 포스코는 한국제조업에 산업의 쌀인 철강재를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값싸고 질좋은 철강제품을 한국기업들에게 제공해서 가격경쟁력을 갖도록 기여했다. 한국제조업의 경쟁력유지에 필수적이다.
이번 기회에 포스코 임직원들이 자성하고 자정결의도 해야 한다. 정권에 줄대기 등의 해바라기 근성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가 회장과 사장을 독식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끊어야 한다. 권오준 현 회장은 이런 오랜 잘못된 관행에서 자유롭다. 연구개발분야에서 묵묵하게 일하다가 포스코 수장에 올랐다. 정권에 빚이 없다.
정부나 정치권은 포스코의 지배구조를 안정화시키는 데 협조해야 한다. 포스코도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 확립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포스코는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한국제조업을 받치는 기둥이다. 포스코가 흔들리면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
포스코 위기는 주인없는 국민기업화속에 이미 그 비극이 잉태돼 있다. 반복되는 최고경영자 수난사는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권과 포스코 임원들의 정권 줄대기에서 비롯됐다. 이번 기회에 지배구조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주인없는 국민기업은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 입증됐다. 주인있는 기업으로 바꿔주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태양이 5년마다 바뀌면서 갖가지 유착의혹이 일어나고 있다. 포스코 수난사는 이제 끊을 때가 됐다.
권오준회장이 재임중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경영능력이 있다면 연임, 3연임도 가능하다. 최고경영자 선임은 주주들과 이사들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도 이제 ‘포스코=전리품’ 인식을 걷어내야 한다. 정부가 지분 1%도 갖지 않은 포스코에 대해 더 이상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안된다. 전정권과 현정권간의 파워게임에 포스코가 속죄양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은 정치에 중립이어야 한다. 한국제조업에 최고양질의 철강제품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기업과의 싸움에서 이기도록 해야 한다.
수난이 지속되면 오너경영체제하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포스코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오너경영체제에서 장기계획을 갖고 무섭게 성장하는 현대제철과의 장기레이스에서 추월당할 수도 있다. 현대제철은 하나의 태양(그룹회장)만 보고 경영에 전념한다. 포스코가 갖지 못한 장점이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