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의 부채 총량관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새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긴축기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시건전성 강화 측면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책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동시 다발적인 긴축규제가 쏟아져 청년층·장년층·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들의 빚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은행권은 대출 판매량이 줄어도 높아진 수익성에 힘입어 내년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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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영업 창구./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총부채 2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차주 약 263만명을 대상으로 DSR 규제를 강화한다. 7월부터는 총부채 기준이 1억원으로 상향돼 규제 가시권에 들어오는 차주가 약 593만명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규제 대상이 되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합쳐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의 40%를 넘어선 안 된다. 연소득에 따라 대출 가능액이 정해져, 소득이 적을수록 추가 대출은 기대할 수 없는 셈이다.
당국이 내놓은 DSR규제 계획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총부채 2억원 이상을 보유한 차주는 추가 대출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7월부터는 총부채가 1억원을 넘지 않도록 한층 강화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는 규제지역 내 시세 6억원을 초과한 주택의 주담대를 보유한 차주와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 차주를 대상으로 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학계는 정부의 DSR규제가 가시적인 부채 줄이기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회 전체적인 후생을 놓고 보면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당국 조치가 경제상황에 맞춰서 살펴봐야 할 문제인데 너무 주어진 계획대로만 밀어부치고 있다. 바람직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시기적으로 (총량규제·금리인상 등) 긴축기조가 확대되는 가운데 상황을 더 악화하는 데 일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DSR 규제 외에도 할 수 있는 거시건전성 규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규제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정부가 그동안 꺼낸 정책들이 시장에선 (기대와) 반대로 움직여 신뢰를 잃은 게 크다"며 "DSR 규제를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부채를 늘리는 것을 억제할 순 있겠지만, 오히려 실수요자에게 미치는 영향, 사회후생적인 측면에선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국이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고 시차를 두면서 규제 간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동시에 강력한 규제책을 쏟아내면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의 방역대책으로 영업제한을 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부채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는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대책의 일환으로 대출상환유예조치를 내년 3월까지 내린 상황이다. 추가 유예조치가 없는 이상,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DSR 규제 여파로 빚독촉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그나마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데, 집단행동을 하는 것도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주택 담보로 영업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상당할 텐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의 주택매물이 상당히 나올 가능성도 있다. DSR 규제로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가운데,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차주들로선 불안 요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 3월 말께 임기가 종료돼, 퇴임 전 1~2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선을 치루게 되면 이 총재도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가계부채 리스크를 우려한 '금리인상론'이 자주 언급돼 퇴임 전 임무를 완수한다는 것.
또 미국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대유행에도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내놓은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정책금리가 현 1.00%에서 1.75~2.00%까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중에 풀린 자금이 회수되는 만큼, 영끌족 등 차주들이 추가 자금을 융통하는 건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그동안 금리를 다른 나라 쫓아가듯이 제로금리를 만들면서 자산버블을 만든것도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써) 결자해지하려는 게 있다"며 "금리를 한두 차례 추가로 올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은행권은 정부의 전방위적 대출규제에도 불구 내년에도 높은 수익성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여신잔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DSR 규제에 힘입어 우량차주 위주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솎아낼 수 있다. 또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다. 대출건전성과 금리차익을 동시에 누리는 셈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1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접근성 확보에 대해서도 예외를 줄 예정"이라며 "내년부터 이뤄질 차주별 DSR 적용 등을 감안해 보면 내년에 무리 없이 5% 중반 수준, 5%대에서 가계부채 관리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국이 이달 초 시중은행권에 요구한 4.5% 수준의 총량관리 목표 타깃이 사실상 고신용자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 교수는 "은행의 수익성 차원으로 보자면 (규제 효과로) 대출은 줄겠지만, 가격(금리)은 오르지 않느냐"라며 "신용도가 위험한 젊은 계층, 노년계층 등이 대출에서 떨어져 나가더라도 그로 인한 공백을 가격에서 올리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오르는데, (최근) 예금금리를 올렸으니 대출금리가 또 오를 것"이라며 "우량 차주를 위주로 대출을 내줘 부실은 없애고 높은 금리를 부여할 수 있으니, 은행으로선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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