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올해에도 IT·통신업계에는 수없이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통신사들과 글로벌 OTT 업체와 망 중립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인터넷 프로토콜(IP)TV-프로그램 제공(PP)업계 간 오랜 관행인 '선공급 후계약'은 끝이 보이며, 국내 OTT 업계는 각종 징수 논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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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일 고객경험혁신본부장 상무, 박현진 네트워크 혁신 TF 전무, 서창석 네트워크 혁신 TF 전무, 권혜진 네트워크 전략 담당 상무 등 KT 주요 임원들이 지난달 25일 발생한 인터넷 접속 장애에 대해 1일 광화문 사옥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
KT는 지난 10월25일에는 통신망 장애로 전국 인터넷 통신·유무선 전화 마비를 불러일으켰다. 당일 12시 8분, KT는 통신 장애의 원인을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DDoS)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후 12시45분, KT는 장애 원인을 돌연 원인 불명이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접수된 DDoS 공격이 없고, KT 측 서비스 장애 탓에 통신망 장애가 일어났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에 KT는 다른 망으로 패킷을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라우팅' 경로의 오류 때문이라고 재차 번복했다.
같은 달 29일 과기정통부는 KT 북부산지사에서 라우터 교체 작업 후 설정 중 명령어 'EXIT'를 누락한 탓에 생겨난 참사라고 발표했다. 해당 설정이 부산에서 시작해 서울 중앙 서버로, 이후 전국 순으로 전달돼 장애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KT는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네트워크 설정이 안 된 환경에서 시험도 거치지 않고 바로 작업에 착수했고, 하청업체 직원들만 작업시켜 관리 체계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보였다.
일각에서는 KT가 통신 기업에서 탈피한 '디지코'를 지향하며 기본에 충실하지 않아 생긴 사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KT는 인공 지능(AI)·빅 데이터·클라우드 등 'ABC'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구현모 KT 사장 이하 경영진은 "책임을 통감하고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공개 사과를 했다. 이후 구 사장은 11월 12일 문책성 인사를 단행, 임직원들에게는 "'원팀 KT'를 만들어 심기일전하고 고객들의 신뢰를 얻자"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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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로고./사진=각 사 제공 |
◇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 망 사용하고는 대가 지불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소비자들은 OTT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 증가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는 넷플릭스 트래픽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에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전용 국제 구간 전용 회선을 증설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6월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 연결이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넷플릭스가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게 타당하고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항소 이유서를 제출했고, 이용료를 인상하면서도 망 사용료 대가 지급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같은 연유로 넷플릭스가 문제 해결에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고, 양사는 지난 23일 2심 준비 기일을 가졌다.
법원이 일단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준 만큼 넷플릭스는 기존 판결을 뒤엎을만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됐다. 2심에서도 넷플릭스는 해외 소재 자사 서버에서 콘텐츠를 국내로 들여오며 패킷을 줄였다고 주장하는 등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인정해줄지가 관전 포인트인 이유는 따로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비슷한 소송을 낼 수 있어서인 만큼 소송의 귀추가 주목된다.
◇PP사들, '프로그램 선계약 후공급' 숙원
국내 유료 방송 시장에서는 CJ ENM과 같은 PP사들은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IPTV 등 유료 방송 플랫폼 업체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계약하는 게 관행이다. 그러다보니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다소 기형적인 거래 구조가 이어져 왔다. 방송 플랫폼-PP 수 불균형 탓이다. 이런 이유로 갑을 관계가 형성됐다.
PP사들의 지속적인 호소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채널 공급 계약은 '선계약 후공급'의 형태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방송 플랫폼사들은 협상력 하락을 우려하고 있고, PP사들은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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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홀에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진흥 포럼 6차 포럼'이 개최됐다. 왼쪽부터 양지을 티빙 대표이사, 이상원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 심상민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경희 한국언론학회장, 강명현 한림대학교 미디어 스쿨 교수,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 조한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기획실장./사진=미디어펜 |
◇"꽃 피우기도 전에 숨 막혀 죽겠어요"…국내 OTT 업계, 규제 논의에 한숨
'손 안의 IPTV'라고 할 수 있는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국내에 도입된지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국내 OTT 업계는 콘텐츠 투자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어 적자를 보며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관계 당국들은 K-OTT 육성을 기치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규제책을 준비 중이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 비디오물 제공업' 규정을 신설해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 절차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코로나로 인해 극장 산업이 붕괴된데 비해 국내 OTT 업계는 성장하고 있다"며 영화 발전 기금 부과 등 준조세 징수 근거 마련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 발전 기금(방발 기금) 부과 대상에 OTT 포함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양지을 티빙 대표는 "토종 OTT 경쟁력을 키우기에 앞서 각종 기금 징수 논의가 선행돼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은 "방송·영화 산업 발전 기금 징수까지 현실화 할 경우 국내 OTT 업계는 꽃을 피우기도 전에 말라 죽는다"고 토로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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