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도 금융권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된 한 해였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 빚이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1800조원을 넘어섰고,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가 '초유의 대출중단'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20개월 만에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자산시장으로 쏠렸던 유동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역머니 무브' 현상과 함께 영끌·빚투족의 이자부담을 한층 가중시켰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BNK·DGB·JB 등 지방금융그룹 3사는 은행·비은행 부문의 쌍끌이 호조로 역대급 영업실적을 거뒀다. 은행부문은 코로나19에 따른 원리금상환유예조치와 부동산·주식시장 투자열풍에 힘입은 대출 수요 증가로 순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비은행부문은 주식열풍으로 흥행한 투자증권과 캐피탈을 중심으로 광폭 성장행보를 보였다. 은행을 중심으로 벌어들이던 수익이 비은행으로 골고루 분산되면서 지방금융권이 투자전문금융그룹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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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금융지주 3사. 사진 왼쪽부터 BNK금융그룹, DGB금융그룹, JB금융그룹 / 사진=각사 제공 |
◇은행·비은행 역대급 호조세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7434억원의 그룹 연결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그룹의 전략적 지원에 힘입어 비은행 자회사를 중심으로 이익이 크게 증가한 데다, 은행부문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는 평가다. 특히 은행은 지난해 1~3분기 대비 47.1% 증가한 5970억원을 기록했다. BNK부산은행이 42.8% 증가한 3681억원, BNK경남은행이 54.6% 증가한 2289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달성했다.
DGB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4175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달성하며,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3분기 만에 메웠다. 주력 계열사인 DGB대구은행의 이익이 개선된 데다, 하이투자증권과 DG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비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대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8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 증가했다. 기업과 가계의 여신 성장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한 데다, 대내외 경기 회복으로 대손비용이 크게 감소한 덕분이다.
JB금융그룹은 3분기까지 4124억원을 시현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경신했다. 은행·비은행 등 그룹 계열사들도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견고한 실적을 이어갔다. 은행부문의 경우 전북은행은 3분기까지 1195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고, 광주은행은 163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디지털금융·점포축소 등 구조조정 문제 부상
올해 지방금융권이 역대급 호실적을 거뒀지만,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환경 악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영업 강화, 점포 축소 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펴낸 '지방은행의 경영환경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은행은 △지방경제 침체 △디지털 전환 대응 부족 △핀테크·빅테크 등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경쟁심화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
특히 비대면 금융의 활성화에 따른 디지털서비스 개발은 선제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방은행들은 디지털인재 채용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자체 서비스 개발 보다 핀테크·빅테크와의 제휴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BNK금융은 빅테크∙핀테크·데이터 전문기업과의 제휴를 확대하며 디지털금융을 대비하고 있다. JB금융도 빅테크·핀테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디지털 채널을 확장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기 보다 다양한 디지털금융 채널을 적극 활용해 고객 흡수를 수월하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점포축소도 하나의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점포축소에 대해 "기존 점포를 지역거점 점포(허브)와 주변점포(스포크)로 그룹화하는 '허브앤드스포크'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은행의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확대 적용해 효율성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점포들을 한데 묶어 중심점포는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수행하고, 주변점포는 입출금 등 간단한 업무만을 하도록 개편하자는 설명이다.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 해결과제
다만 지방은행이 지역민에게 원활한 자금공급을 하고 있어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은 지역민들과 지역 중소기업에 수준 높은 금융서비스인 은행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역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훨씬 넓은 지역에 소비자들이 흩어져 있다. 수도권과 유사한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누릴려면 인구당 점포수는 오히려 더 많아야 해 점포 정리를 강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등 기업금융을 지방은행이 전담하는 점도 구조조정 불가요인으로 꼽힌다. 지방은행은 기업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내부정보를 파악하는 '관계금융'을 지향한다. 재무제표를 잣대로 지원여부를 판단하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기업의 정성적 정보를 토대로 대출을 내주는 점에서 지방은행의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은행들은 기업금융 비율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매년 전체 여신가능한도에서 기업금융과 가계대출을 비등한 수준으로 메워야 해 수익성 제고에 애로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권희원 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금융노동포럼에서 지방은행 활성화 방안으로 △한국은행의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차등의 통일화 등 개선 △지자체 금고은행의 지방은행 법제화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지방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영실태평가 기준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1일 지방은행장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은행의 경영환경이 많이 어렵다. (인터넷은행들이 출연하면서) 지방은행의 경영적 어려움을 감안하는 유연한 감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라며 "경영실태평가에서도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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