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탈피한 능력 위주 인사에 방점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금융그룹의 연말 인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올해는 특히 여성 인재들의 등용이 눈에 띄었다. 또 50대 최고경영자(CEO)가 전면 배치되는 등 '세대교체'도 이뤄졌다.이번 인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금융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면서 보수적인 금융권의 조직문화에서 탈피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능력 위주 인사가 우선시됐다는 평가다.

   
▲ (왼쪽부터)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사진=각 사 제공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달 초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에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수장으로 낙점하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이 부행장은 1966년생으로 5대 은행권 수장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젊다. 은행의 플랫폼 역량이 새로운 경쟁 우위로 대두되는 시점에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변화를 이끌어낼 역량과 실행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도 전날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1968~69년생의 젊은 인재 17명을 본부장으로 대거 등용했다. 6개 핵심 트라이브(Tribe) 중 4개 트라이브에 본부장을 배치해 애자일 'S.A.Q(Speed 신속한 실행, Agility 민첩성, Quickness 순발력)' 조직을 강화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직무 전문성을 갖춘 분야별 최적임자를 본부장으로 선임해 차세대 그룹장 후보군으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보직에 여성 인재들의 등용도 두드러졌다. KB금융은 조직개편을 통해 지주 사업부문 세 명의 부회장 및 총괄부문장이 담당하는 '4개의 비즈니스그룹 체제'로 개편을 단행하며, 박정림 KB증권 대표를 자본시장·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을 담당하는 총괄부문장으로 낙점했다. 또 이번에 신설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담 본부의 수장에 문혜숙 상무를 내정했다.

신한금융은 처음으로 자회사에 여성 CEO를 배출했다.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을 신한금융의 디지털·ICT 전문회사인 신한DS 수장으로 등용했다. 조 부행장은 신한금융이 금융권 최초로 만든 여성리더 육성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 1기 출신이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그룹의 최고 디지털 책임자에 김명희 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을 신한금융 부사장(CDO)으로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을 졸업한 뒤 한국IBM에서 약 23년간 근무했고, 2013년에는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솔루션컨설팅 본부장으로서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등을 수행했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의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의 인재풀을 활용, 박영미 손님행복본부장과 고금란 영업지원본부장을 여성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현재 부행장, 상무, 본부장을 포함한 하나은행의 여성임원 및 본부장은 모두 5명이며, 이들은 모두 70년대생이다.

우리은행도 여성 본부장 2명을 추가 선임해 여성 임원급은 총 5명으로 늘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6월 여성리더 양성 프로그램인 '우리 윙(WING)'을 출범, 과장부터 부장(지점장)까지 60명을 선발해 그룹 코칭, 전문가 초청 특강 프로그램 등을 통해 리더십 역량 강화에 심혈을 쏟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연공서열, 성별 등 금융권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에서 탈피해 능력위주의 인사가 이뤄졌다는"며 "코로나19 장기화와 불확실한 금융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안정보다는 실력을 갖춘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변화를 꾀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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