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각국 위드코로나가 정체를 겪는 가운데 국내 제조업 경기가 내년 1분기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37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내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9로 집계됐다. 이는 올 4분기 대비 2포인트, 3분기(103)와 비교하면 더욱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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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사진=HMM |
이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과 원재자값 고공행진 등에 따른 것으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BSI는 각각 94·88로 나타났다. BSI가 100 미만이면 해당 분기 경기를 전분기 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제약(112)과 의료정밀(104) 및 화장품(103) 외에도 조선·부품(102) 등 4개 분야가 기준치를 상회한 반면, 비금속광물(70)과 정유·석유화학(82) 및 자동차·부품(87) 등의 전망은 흐린 것으로 분석됐다. 식음료(86)·전기장비(85)·철강(90)·IT가전(92) 역시 하락이 예상된다.
에프엔가이드와 메트릭스에 의뢰해 국내 245개 업종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산업연구원(KIET)도 유사한 주장을 폈다.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가 기준치(100)을 밑도는 등 부정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년 1월 업황 PSI는 91로, 생산·투자 증가와 채산성 반등에 힘입어 전월 대비 기준으로 4개월 만에 상승전환했다. 그러나 채산성(87)도 원재료값의 영향으로 기준치를 하회하는 중으로, 내수(92)가 이번달(104) 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수출(100)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50)·디스플레이(50) 등 ICT부문의 업황과 수출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기계(80)도 부진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산업연구원 역시 조선과 바이오헬스의 전망은 좋을 것으로 내다봤고, 철강(93)·화학(94) 등의 부문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제시했다. 반면, 자동차(126)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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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ET의 12월 제조업 현황(왼쪽)·1월 전망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자료=산업연구원 |
업계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고, 비철금속 종합 가격지표인 런던금속거래소(LME)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걱정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1260개 수출기업을 상대로 내년 1분기 수출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 원재료값 상승이 26.1%로 가장 많았으며, 글로벌 해운 대란 등에 따른 물류비용 상승이 25.8%로 뒤를 이었다.
해상운임의 경우 가파른 상승세가 올 4분기 들어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분쟁 확산에 따른 보호무역 심화로 수입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월 기준 28개국이 한국을 상대로 208건(31건 조사 중)의 무역구제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반덤핑이 15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상계관세와 세이프가드는 각각 9·40건으로 집계됐다. 분야별로는 철강과 화학제품에 69.3%가 집중됐다.
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도 최근 산업부·대한상의가 개최한 '2022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 포럼'에서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수입규제 타겟이 되고 있고, 이 중 신흥국의 비중이 65%에 달한다"면서 "내년에는 지역·국가·업종별 불균형 회복 속에서 무역격차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입규제가 더욱 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대선 이후 원료비 상승 및 기후환경요금 반영 등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상황에서 수출환경도 개선되지 않으면 수익성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의 철강 232조 조치 등 외국과의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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