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원별 에너지 믹스 비중·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둘러싼 견해차…탄소중립 공감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내년 3월9일 치뤄진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7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진입했지만 걸어가야 할 길은 만만치 않다.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어 갈 선장을 뽑는 선거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대선정국 현실은 희망보다 회의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책경쟁 실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 미디어펜은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을 분야별로 소개해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부동산, 자본시장, 기업·노동, 에너지, 과학기술, 보육, 교육 등 전반적 정책을 톺아본다. [편집자 주] 

[대선정책 톺아보기④-에너지]'이재명 VS 윤석열'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가 내년 4월을 시작으로 전기·가스요금을 올리기로 하면서 차기 정부의 에너지 공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민경제와 산업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에너지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등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미디어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산업화 고속도로와 김대중 대통령 시기의 정보화 고속도로를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뚫는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능형 전력망 등을 통해 전국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유통·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에너지 자립도 향상 △탄소중립 달성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주민들이 태양광·풍력발전사업 참여를 통해 각각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을 받는 등 분산형에너지시스템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1년 전과 달리 '감원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등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의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늦어질 경우 기존 원전의 가동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서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공론화를 시사하고, 원자력 발전단가가 과소평가 됐다고 주장하는 등 에너지전환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 높인다는 의견도 개진했으며,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중단하는 등 탈석탄 정책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탈원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에너지믹스 개편을 제시했다. 탄소중립 취지에는 공감하나, 경제적 부담 완화 및 원전 산업 밸류체인 유지·발전을 비롯한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멈춘 것은 국가 범죄"라며 "미국과 함께 동유럽·중동지역에서 10기 이상의 신규 원전을 수주,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NDC도 낮춘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40% 감축은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내 공장의 에너지 효율이 반영되지 않는 등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탄소감축 및 넷제로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 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국민 삶에 큰 도전과제이자 부담이 될 것"이라며 "혁신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안전하고 스마트한 미래형 원전'을 개발하고 재생에너지 특구를 통해 실증사업을 벌이는 등 발전부문의 탈탄소를 가속화하겠다는 비전도 설파했으며, 스마트그리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도 시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탄소중립과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적의 솔루션으로 원전을 꼽았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 효율이 아직 충분치 않고, 기상 등 자연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요동친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일 뿐이지만, 1400MW급 대형 원전에서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소형모듈원전(SMR) 육성을 통해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고 경제성장도 이루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청년 기후활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온실가스 40% 감축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나, 에너지와 전력 외에도 시멘트·철강·농축산·교통·냉난방 등 모든 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2030년까지는 수소환원제철을 비롯한 기술 개발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1가구 1태양광'을 포함하는 재생에너지 위주의 에너지믹스를 천명했다. 모든 신축 건물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대도시 지역에 신규 발전설비를 집중 증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5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사회사를 '재생에너지공사'로 통합한다는 정책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장·탄소중립 실현 방안에 대한 전략이 갈린 셈"이라며 "석탄화력발전소의 좌초자산화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 확대에 따른 부담 및 재생에너지 증가에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안전성 및 비용을 비롯한 구체적인 이슈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