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화되고 대선 등 변수 앞둔 상황에서 지방 분양 물량 늘어나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수도권 아파트의 청약 열기가 여전히 뜨거운 것과 대조적으로 지방 부동산 청약 열기는 식고있다. 

올해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오는 3월 대선 등 변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분양 물량이 늘어난 까닭으로 풀이된다.

   
▲ 지방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지방에서 분양된 439개 단지 가운데 미달이 발생한 단지는 총 117곳으로 전체의 26.7%에 해당한다. 지난해 지방 미달 단지 비중이 1분기 11.7%, 2분기 15.8%, 3분기 14.4% 등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4분기 들어 수치가 크게 높아진 모습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4분기 수도권에서 분양된 268개 단지 중 미달 단지는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 4분기 전국 분양 단지는 707곳으로 이 중 미달이 발생한 단지는 전체의 16.5%에 해당하는 117곳으로 집계됐다. 569개 청약 단지 가운데 50개가 미달된 지난해 3분기(8.8%)에 비해 청약 미달 단지 비중이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공급 과잉으로 인한 대구 청약 시장 약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지난달 대구 달서구에서 청약 접수를 실시한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 3차'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58가구 청약에서 1·2순위 청약까지 모두 85명이 신청하는데 그쳤다. 같은 달 분양한 대구 '두류 중흥S-클래스 센텀포레',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 등도 2순위 청약까지 미분양으로 남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1만7130가구로 전년(1만5549가구)보다 약 2000가구 가까이 늘었다.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에는 2만가구, 2023년에는 3만4000가구까지 급증할 전망으로 대구 아파트값은 지난주까지 7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구 부동산 청약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타 지방에서도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분양한 경북 '남포항 태왕아너스(334가구)'는 2순위 청약 후에도 179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같은달 청약을 접수를 받은 울산 '덕하지구 뉴시티 에일린의 뜰 2차(899가구)'와 경남 '사천 엘크루 센텀포레(476가구)'도 각각 250가구, 153가구가 미분양 됐다.

호남에서는 지난해 11월 분양한 전북 '익산 더반포레(777가구)'에서 743가구가 미분양 됐고 같은 달 분양한 전남 '구례 트루엘 센텀포레(245가구)'도 112가구가 팔리지 못하고 남았다.

   
▲ 신경주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B4‧B5블럭 청약 접수 현황./사진=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이와 같은 흐름에서 반도건설이 전날 당첨자 발표를 마친 경남 '신경주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B4‧B5블럭'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었다. 

'신경주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B4'의 경우 일반분양 총 389가구 모집에 단 14명의 접수로 청약이 마감되며 총 물량의 약 96%에 해당하는 375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타입별로 살펴보면 74㎡의 경우 100가구 모집에 1개의 통장이 접수되는 것으로 그치며 99가구가 팔리지 못했다. 다른 3개 타입에서도 △84㎡A(180가구) 177가구 △84㎡B(60가구) 55가구 △84㎡C(49가구) 4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날 분양을 시작한 '신경주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B4블럭'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반분양 총 1090가구의 약 67% 해당하는 734가구가 미분양됐다. 타입별로 미분양 가구 수를 살펴보면 △74㎡(267가구) 229가구 △84㎡A(196가구) 62가구 △84㎡B(275가구) 254가구 △84㎡C(352가구) 189가구 등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경주 구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신경주역 인근에 최근 분양한 다른 단지들도 비슷한 청약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선착순 물량 계약이 시작되면 외부 수요가 몰리며 미분양 물량은 빠른 시일 안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단지가 늘어난 이유로 올해부터 아파트 중도금, 잔금 대출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되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대선·지방선거 등 변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지난 연말에 지방 분양 물량을 늘린 것도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대구·세종 등 일부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되고 서울과 수도권 상승세도 주춤하며 침체 조짐을 보이는 것도 수요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전남과 경북의 경우 아직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하지는 않았지만 매매수급지수가 전남 7주, 경북은 2주 연속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져 매수심리가 꺾인 상황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 전국 총 미분양 가구 수 약 1만2000가구 중 약 1만1000가구가 지방 분양 단지"라며 "미분양된 개별 단지의 입지 등 미분양이 될 만한 요소들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공급량이 크게 부족하지 않아 미분양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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