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나광호 기자] 세계적 전기차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증시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11~1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본격 기업공개(IPO)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공모를 통해 약 10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단군 이래 IPO 최대어’로 꼽히는 만큼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예상 시가총액도 10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국내 증시뿐 아니라 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PO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1위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도 넘어 서겠다는 계획이다.
◆‘역대급 IPO’ 상장 즉시 코스피 시총 3위…2위도 위협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11일부터 이틀 동안 공모가 산정을 위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한다.
공모 주식수는 총 4250만주다. LG에너지솔루션이 신주 3400만주를 발행하고 모회사인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2억주(100%) 가운데 4.25%에 해당하는 850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놓는다.
총 4250만주 모집에 기관에는 55%~75%인 2337만 5000주~3187만 5000주, 일반인에겐 25%~30%인 1062만 5000주~1275만주, 우리사주조합에는 20%인 850만주가 각각 배정된다.
공모가 희망 밴드(범위)는 25만 7000∼30만원이다. 공모가 기준으로 산출한 공모 예정 금액은 10조 9200억~12조 7000억원으로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현재까지 공모 금액 최대 기록은 지난 2010년 코스피에 상장한 삼성생명의 4조 800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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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전기차배터리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공모가 상단을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70조원에 달한다. 상장 즉시 유가증권시장 시총 3위 내 진입이 예상된다. 직전 거래일(7일) 종가 기준 코스피 1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67조원, 2위 SK하이닉스는 92조원이다.
만일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기록한 뒤 상한가를 치는 것)을 기록한다면 주가는 78만원, 시가총액은 182조원까지 치솟는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총 2위로 올라서게 된다.
다만 따상 가능성은 낮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공모가 자체가 높고 물량이 워낙 많은 탓이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상장 이후에도 공모가 대비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공동 주관사 7곳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적정 시총을 112조원으로, NH투자증권은 101조원으로,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등은 100조원으로 각각 산정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소재·공정 기술, 공급망(SCM) 구축, 양산 능력을 기반으로, 주요 고객 선점 효과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폼팩터 변경에 따른 원통형 배터리 시장 확대에 대한 수혜도 기대된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이 101조원으로 전망했다.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로는 43만원을 제시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비교대상 기업인 중국 CATL은 지난해 기준 시장가치(EV)/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가 80배 수준이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총을 100조원으로 산정하더라도 이 값이 43배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금리 인상 리스크를 고려하더라도 공모가 대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14일 수요예측 결과에 따른 최종 공모가액을 확정하고, 이후 18~19일 이틀 동안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뒤, 이달 27일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CATL 넘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 1위 정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PO로 확보한 자금을 토대로 △국내외 생산력 확대 △차세대 전지 연구개발(R&D) 및 신규사업 △품질·안정성 향상 등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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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오하이오주 내 얼티엄셀즈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이와 관련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팩토리는 고품질·고수익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설비”라며 “국내 공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해외 공장에서는 데이터 기반 경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을 위해서는 인건비도 절감해야 하고, 서플라이 체인 구축을 통해 해외 수요가 확대되는 것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북미지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등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2024년까지 5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오창공장에도 내년까지 6450억원을 투자하고,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도 구축한다. 유럽(폴란드)와 중국(난징) 공장에도 2024년까지 각각 1조4000억원·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고체배터리는 고분자·황화물계 제품을 개발 중으로, 리튬황 전지도 수명과 성능을 높여 드론 및 도심 항공용 모빌리티(UAM)를 비롯한 비행체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재료비 절감을 통한 수익성 향상도 모색하고 있다. 양극재를 비롯한 핵심 원재료들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덕분에 판가 인상 압박이 적으나, 원통형 배터리 등은 원재료값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 공급업체 지분 확보 및 합작사 설립 뿐만 아니라 채굴에서 전구체·양극재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과 리사이클을 통한 메탈 확보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등 자원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등 신규사업도 박차를 가한다. 또한 배터리 데이터를 활용한 진단 및 수명 예측을 비롯한 BaaS 플랫폼 사업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통합 솔루션 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지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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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
권 부회장은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자국산 배터리를 선호하면서 CATL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GM·현대차·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OEM과의 파트너십 및 수주잔고에서 우위라는 점에서, 조만간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LFP배터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는 국내에서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는 “10년 전에도 일본업체들을 중심으로 논의됐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면서 “합작사를 만들어 대응하는 중으로, 파트너도 늘어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폭스바겐(VW) 등이 여전히 내재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성공 가능성이 높을지는 의문”이라며 “자체 수요도 충족하기 힘들고,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아 원가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해외 추가 투자의 경우 폴란드에서는 단독 공장, 다른 지역에서는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등 스마트팩토리 조기 구축을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강건 설계'를 통해 구조절으로 셀 화재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수율에 도달하고, 완벽한 품질과 차별화된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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