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권 대출문턱이 높아지면서 장기 고정금리 정책상품인 적격대출이 연초부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대출금리 인상속도가 갈수록 가파라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강화에 따른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적격대출을 찾는 실수요자들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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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제공.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출 한도 소진 이후 새해 대출 취급 재개를 기다려왔던 수요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은행의 적격대출 상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월별로 판매 한도를 관리하는 우리은행은 올해 첫 영업일인 지난 3일 적격대출 1월 판매 한도인 330억원을 신청 당일 하루 만에 모두 완판했다. 분기별로 한도를 관리하는 NH농협은행에선 지난 4일 올해 1분기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2월과 4월께 적격대출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다.
적격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서민의 내집 마련과 가계부채의 구조개선을 위해 만든 장기고정금리대출 상품이다. 은행이 일정 조건에 맞춰 대출을 실행하면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대출자산을 사 오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주택금융상품 가운데 유일하게 소득 제한이 없고, 무주택자나 주택처분을 약속한 1주택자가 시가 9억원 이하의 집을 살 때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적격대출의 인기가 치솟은 것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면서 적격대출의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최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최대 5%를 넘어섰고,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4% 후반대에 형성돼 있는 반면 적격대출의 금리는 연 3.4%로 상대적으로 이들 상품보다 금리가 낮다.
여기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강화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으로 DSR 2‧3단계 규제를 도입하는 한편 가계부채 증가율을 4~5%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차주별 DSR 규제가 강화돼 모든 대출 총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DSR 40%가 적용된다. DSR 규제가 적용되면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 가령 연소득 6000만원의 직장인이 6억원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로 3억원을 신청했다면 종전에는 전액 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달부터 DSR 규제가 적용돼 다른 대출이 없다는 가정하에 1억700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올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어도 DSR 규제가 적용된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대출금리가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적격대출을 찾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적격대출 공급 한도가 많지 않은 데다 은행별로 월별 또는 분기별로 판매 한도가 달라 적격대출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연간 적격대출 공급량은 2017년 12조6000억, 2018년 6조9000억, 2019년 8조5000억, 2020년 4조3000억원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 탓에 변동금리나 혼합형 금리보다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적격대출을 찾는 수요가 적어 공급한도가 2018년부터 매년 공급한도가 줄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대출금리가 빠르게 인상되고 있어 금리 역전현상으로 인해 적격대출을 찾는 실수요자가 급증했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기 위해 적격대출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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