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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향년 91세로 타계
23일 새벽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향년 91세로 타계했다. 싱가포르의 건국 50주년 기념일을 끝내 보지 못하고 작고했다. 싱가포르 국민 546만 명은 중병에 걸렸다던 리콴유 전 총리에게 “당신이 일군 나라의 50번째 생일(8월 9일)을 우리와 함께 지켜봐 달라”며 쾌유를 바랬지만 리콴유는 생과 이별을 고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전세계 각계각층 인사들은 리콴유 전 총리를 애도했다. 23일 언론은 새벽 리콴유 전 총리 타계를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의 국부’였다. 리콴유는 장기간의 권위주의적 통치로 독재자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지만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별’로 올려 세운 아버지였다. 리콴유는 싱가포르의 기적을 만든 거인이자 철인이었다.
리콴유가 세운 나라, 싱가포르의 이모저모
1959년 리콴유 수상과 유소프 빈 이샥에 의해 자치주로 성립한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을 탈퇴하여 독립국가가 되었다. 서울보다 조금 넓은 면적의 싱가포르는 연방 탈퇴한지 50년이 지나 546만 명이 거주하는 글로벌 메가시티로 발돋움했다. 인구는 50년 만에 3.4배로 늘었고 20세기 후반 홍콩 대만 한국과 더불어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룬 대표적 나라다.
‘서울 인구 규모의 절반에 불과한’ 싱가포르의 정유시설은 세계 3위, 외환시장 규모는 4번째를 자랑한다. 싱가포르 항구는 세계에서 가장 붐빈다. 2010년 경제성장률은 15%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국민소득은 연 5만5천 달러다. PPP를 적용한 국민소득은 7만7천 달러에 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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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5월 20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싱가포르에서는 중국계가 인구의 80% 가량을 차지하며 말레이인은 14%로 뒤를 잇고 있다. 이민장려책으로 인해 연간 출생하는 신생아 보다 이민자로 들어오는 새로운 싱가포르 시민들이 더 많다고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투명한 시장경제를 지지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 이면에는, 미디어 SOC 교통 등을 전담하는 정부 국영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포르는 자유로우면서 철저한 시장경제 경쟁원칙과 수요공급 원리로 국영기업들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내각책임제로 돌아가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치주로 성립했던 1959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보수주의 정당인 인민행동당이 집권하고 있다. 3개 야당이 있지만 여당의 장기집권 및 정부의 검열, 민주화 운동 억제로 인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이와 더불어 싱가포르는 국익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수많은 벌금 체계가 존재한다. 태형과 사형 처벌이 생생히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리콴유의 나라, 싱가포르의 이면
싱가포르에서 신앙의 자유는 완벽히 보장되지만, 언론은 검열을 받는다. 신문에서 섹스나 정치를 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리콴유는 ‘서울 절반 사이즈의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실용주의 국가로 만들었다. 리콴유는 이를 위해 국민들에게 정치적 자유, 언론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국민 하나하나는 싱가포르 공화국이라는 거대한 컴퓨터의 소자”라고 스스로가 밝힌 대로 싱가포르의 법치 확립과 사상 정립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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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콴유가 세운 나라, 싱가포르의 국기. 국기는 새로운 나라로 태어난 싱가포르와 민주주의 평화 정의 진보 평등 등을 의미한다. |
태형은 물론이거니와 공직자의 뇌물 수수, 절도, 강간, 마약 범죄 등에는 교수형 처벌이 가해진다. 지금은 완화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과거 싱가포르에서는 개가 밤중에 짖으면 개의 성대를 잘라 버렸다. 무더운 날에도 남자들은 긴 바지만 입었고, 여자들은 스타킹을 신어야 했다.
싱가포르는 표면상 민주국가이며 선거가 이뤄지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당독재국가다. 여당의 장기집권 체제의 일환으로, 과거에는 투표용지에 선거인 카드번호를 적기도 했다. 시내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싱가포르는 소설 속의 ‘1984’를 현실에 구현해낸 유일한 사례다.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경제와 실용을 추구한 나라, 싱가포르
정치적 자유, 민주주의를 포기한 나라 싱가포르는 그 대신 철저하게 실용과 효율을 추구했다.
싱가포르는 이웃의 인구 대국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라는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첨단 무기를 갖춘 군대를 양성해서 운용하고 있다. 유사시를 대비한 예비전력으로, 싱가포르 공군은 군사동맹을 맺은 우방국(미국․프랑스․호주) 공군기지에 자국 공군기를 배치해놓기도 한다. 나라 안정과 경제 발전에 국방이 최우선이라 여긴 리콴유의 방침이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었다.
정치적 자유 언론의 자유는 제한한 싱가포르지만 경제적 자유는 무한대에 가깝다. 투자이민의 문은 무제한적으로 열려있으며, 기업가가 누리는 경제적 자유는 중소기업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동등하게 주어진다. 이처럼 경제성장에 매진하는 실용주의가 싱가포르 이면의 진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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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새벽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향년 91세로 타계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의 건국 50주년 기념일을 끝내 보지 못하고 작고했다. /사진=YTN NEWS 영상캡처 |
싱가포르는 교육투자, 의료서비스, 금융시장, 무역 교역 조건에 있어서 기업들에게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아시아의 허브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개인 소득의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사유 재산권의 확립, 자본주의 이상국가를 실천에 옮긴 몇 안 되는 사례다. 싱가포르는 현재 아시아 최고 수준의 소득을 자랑한다.
물론 싱가포르는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등 부의 분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싱가포르의 진면목은 ‘경제적 자유주의’ 측면에서 ‘정부 실패’를 최소화했다는 데 있다. 관료의 부정부패 일소, 정책투명성 관치해소 기업자유 및 조세감면을 통해 리콴유는 실험국가로서의 싱가포르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메가시티로 만들었다.
리콴유 싱가포르의 ‘신의 한수’ 카지노 복합리조트
과거 리콴유가 실패했던 유일한 사안이 하나 있다. 바로 ‘도박 근절’이다. 리콴유는 살아생전 연설에서 “중국인에게 다른 모든 건 받아들이게 할 수 있어도 마작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작, 도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싱가포르 경찰 공권력으로도 어찌할 도리 없는 욕망이었다.
2010년대에 들어와 도덕국가 싱가포르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건립 등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건설해서 도리어 이를 적극 활용하게 된다. 투자유치와 일자리 등 철저히 경제적 실용주의 관점에서 추진한 성과였다. 마리나 베이 샌즈 카지노 복합리조트는 무역금융 허브에 이어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싱가포르의 21세기 야심에 방점을 찍은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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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와 다른 방식으로 부를 일군 홍콩. 홍콩은 영국식 자본주의 제도를 통해 기업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했다. 홍콩은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 최고의 금융시장, 무역중개업을 자랑한다. /사진=미디어펜 |
결과적으로 마리나 베이 샌즈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둔다. 우리나라의 정선 하이원 카지노의 5배에 달하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카지노는 중국인 관광객 유커(遊客)를 비롯해 말레이시아인, 일본인 등 각국의 인파들이 몰려든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현재 연 2000만의 관광객이 찾고 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싱가포르의 ‘황금알 낳는 오리’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필두로 한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산업 전체 연간 매출은 8조원에 달한다. 매년 100조원에 달하는 중국 도박 자금이 싱가포르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한다. 45년 만에 빗장을 푼 카지노는 싱가포르 경제기관차로 작동하고 있다.
리콴유를 떠올리며 우리를 돌아보다, 싱가포르가 한국에 주는 교훈
싱가포르 국민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던 리콴유의 관심은 오로지 효율에 있었다.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정치 언론의 자유를 금한 대신, 경제적 자유는 무한히 허용했다. 국방을 확보하고서 경제적 자유주의에 입각한 자본주의 제도를 사회 곳곳에 심었다.
싱가포르는 개인과 기업이 생명의 풍요로움, 성장의 길을 걷고자 하면 무한한 자유와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체제에 반하고 법치와 질서에 해악을 끼치는 모든 것들은 단호하게 척결했다.
그 결과가 아시아의 스위스, 아시아의 별로 도약한 싱가포르가 2015년 보이는 휘황찬란한 야경이다. 서울의 절반 인구 500만이 거주하는 싱가포르는 건국된 지 50년이 지나, 세계 수십 개 대도시를 선도하는 ‘최고의 도시’ 자리에 서있다. 싱가포르의 소득 수준은 우리의 2배에 달한다.
리콴유의 싱가포르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경제적 자유와 풍요로움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정치적 자유와 대의민주주의 포퓰리즘의 길을 걸을 것인가” |
질문에 대한 선택은 우리의 자유다. 그리고 선택으로 인한 책임 또한 우리의 것이다. 자유와 선택, 책임과 민주주의. 싱가포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