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11일 극초음속…14일 철도기동, 올 들어 세 번째 탄도미사일
미, 北미사일에 첫 제재…블링컨 “관심 끌려는 노력 포함됐을 것”
홍민 “미에 적극대응…전략무기 개발 실험 관행화 위한 정지작업”
정성장 “‘강대강’ 실천하지만 中올림픽 의식 긴장수위 조절할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4일 동해상으로 2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다음날인 15일 노동신문에서 철도기동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에도 발사체를 쏘아올렸으며 이에 대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으며, 특히 14일 발사체는 전날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단행에 따라 외무성이 반발하는 담화를 낸 이후 당일 긴급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미국은 12일(현지시간)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관련자인 북한인 6명과 러시아인 1명 및 러시아 기관 1곳을 추가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두 번째 단행된 대북제재이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제재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정권교체 시기를 거치면서도 교착 국면을 이어가던 북미 관계가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강대강’ 구도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주장이 미국의 ‘전략적 인내 2.0’을 끝내려는 시도라면 ‘제재의 칼’을 꺼내든 미국이 본격 기싸움에 돌입할지 주목된다.

북한은 11일 비행거리 700㎞ 이상, 최대고도는 약 60㎞, 최대속도는 마하10 내외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도 “진전된 기술을 보였다”고 발표했으며, 국내 미사일 분야 권위자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마하10 도달 시점이 중요하지만 극초음속 활공체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북한 문제를 후순위로 미뤄뒀던 미국은 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회의를 소집했고, 7일에는 일본과 외교·국방장관(2+2)회담을 갖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 단독 대북제재에 대상을 추가하는 조치를 이어가면서 북한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북한의 계속되고 있는 확산 활동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다. 세계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키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13일에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관련해 “일부는 북한이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과거에도 그랬고 아마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맹·파트너들과 적절하게 방어하고 있으며, 북한의 이런 행동에는 영향과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데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미사일시험발사를 참관하고 있는 김정은국무위원장. 2022.1.12./사진=연합뉴스

그러자 북한도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의 추가 제재 조치를 수반한 대응에 대해 “명백한 도발이며 강도적 논리”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주권국가의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라며 “미국이 기어코 대결적인 자세를 취해간다면 더욱 강력하고 분명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아직까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으며,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응수하는 점에서 ‘로키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새해 들어 눈에 띄는 군사행동을 벌이고, 미국의 추가 제재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 미국과 기싸움에 돌입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미국의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따라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파란불’을 켜줬다는 관측도 있는 만큼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북한 문제를 상정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미국의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14일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단독 대북제재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미사일 발사 훈련 결정 시점을 이례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사실상 14일 오전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밝힌 대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응하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로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철도기동미사일 발사는 최근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반응 및 대응에 대한 응답 성격을 갖는다”며 “또한 향후 지속될 전략무기 개발 실험의 관행화를 위한 일종의 쐐기박기, 사전정지 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전면 대결 양상으로 확장해 긴장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강대강’ 대응 입장을 행동으로 보여주면서도 20일 이후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의 우려를 의식해 한반도에서 긴장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자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홍민 연구위원은 “북한은 향후 신형무기 개발사업을 국가방위력의 현대화 및 주권국가의 합법적이고 관행적인 행동으로 패턴화하기 위해 감정적이거나 적대적인 이유를 제거한 일반국가의 자위권론을 강변하는 담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무기개발 실험을 일정한 스케줄에 따라 묵묵하게 추진하는 행동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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