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격 기심위 '상폐' 판단…주주들 소송 등 '집단행동' 예고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20개월간 거래가 정지됐던 코스닥 상장기업 신라젠에 대해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소액주주 약 17만5000명이 주식의 93%를 갖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마지막 결정 주체인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주연합 회원들이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라젠 상장폐지 결정의 여파가 시장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8일 기심위는 신라젠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심의·의결 결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지난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함으로써 지금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같은 해 11월 기심위가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고, 작년 7월 신라젠은 엠투엔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은 뒤 두 차례 유상증자로 1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이 상장유지에 대한 조건을 충족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지만 거래소의 판단은 엄격했다. 이번 기심위는 신라젠의 영업 관련 개선 계획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봤다. 최대주주가 바뀌고 1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음에도 신약 개발 제품군이 감소해 기업 가치가 유지될지 불투명하다고 본 것이다.

거래 재개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기심위의 결정이지만, 정작 이번 결정으로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주주들이다. 거래정지가 되기 전까지 신라젠은 2017년 11월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를 만큼 덩치가 큰 회사였고, 소액주주들의 숫자도 지난 2020년 말을 기준으로 17만4186명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신라젠의 주식은 6625만3111주다(약 8017억원 상당).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정리매매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집단행동에 나선 주주들은 한국거래소를 고소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이성호 신라젠행동주주모임 대표는 이번 결정에 대해 “기업의 펀더멘탈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 같다”면서 “조만간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주주들은 반발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물론 상장폐지가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일종의 ‘3심제’로 이뤄지는데, 기심위까지는 아직 2심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결정은 코스닥시장위원회가 하게 된다. 

규정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앞으로 20일 영업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심의·의결하게 된다. 여기에서까지 상폐 결정이 내려진다면 당국의 결정은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상폐가 결정 나도 회사 쪽에서 이의신청을 하면 코스닥시장위원회가 한 차례 더 심사를 하게 된다”면서 “현재로써는 상폐 결정이 나더라도 신라젠이 이의신청을 할 가능성이 확실시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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