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선대본부 합류 조건으로 공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내홍이 일고 있다. 특히 ‘밀실 정치’, ‘구태’ 등 당 안팎에서 공천 제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당사자인 홍 의원 또한 감정 골이 깊어진 상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저녁 윤 후보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찾아가 한 시간 가량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정권 교체를 위한 ‘원팀’ 의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최 전 감사원장은 홍 의원이 종로에 공천을 제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 19일 저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만났다. 회동 자리에서 홍 의원은 오는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각각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에 공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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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선대본부 합류 조건으로 공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내홍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10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토론회에서 두 사람이 만났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
다만 윤 후보는 공천 제안에 대해 “공정한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더 구체적인 말씀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위원회를 구성해 맡기겠다”며 홍 의원의 제안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최 전 감사원장은 윤 후보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권교체에 집중해야지 어디 뭐 출마를 한다 이럴 계제는 아닌 것 같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온 힘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홍 의원이 종로 공천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종로 출마는 홍준표(의원)랑 사전에 대화한 게 없다”며 “홍준표(의원)가 정확히 어떤 뜻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정치하신 지 오래되셨으니 생각이 있으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 전 감사원장이 윤 후보를 향해 ‘조건 없는 지지’를 선언하면서 홍 의원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선대 본부 합류에 공천 제안 조건을 내세운 것이 알려지면서 “정권 교체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정치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 상태다.
앞서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홍 의원을 겨냥해 “구태를 보이면 지도자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 자격도 인정 못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고, 홍 의원은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윤 후보와 최 전 원장의 회동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국정 운영 능력 보완 요청과 처갓집 비리 엄단 요구에 대한 불쾌감에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인데 그것은 비난 할 수 없으니 공천 추천을 꼬투리 삼아 윤 핵관을 앞세워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모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럽다”며 윤 후보 측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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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와 최재형 감사원장의 회동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사진은 홍 의원(오른쪽)이 지난해 10월 16일 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최 전 감사원장의 자택을 방문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
또 “자신을 위해 사전 의논 없이 공천 추천을 해 주었는데 그걸 도리어 날 비난하는 수단으로 악용 하는데 이용 당하는 사람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최 전 원장에게도 날을 세웠다.
한편, 홍 의원의 ‘처갓집 엄단’ 제안에 국민의힘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준석 대표는 전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후보가 지난 MBC 스트레이트 보도 이후 상당히 겸허한 자세로 국민에게 반응하고 있고 후보자의 배우자도 문제가 있는 발언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지금의 기조보다 후보가 더 낮게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오전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후보는 정치 입문부터 지금까지 공정과 상식의 원칙에 따라 임해 왔다”며 “남에게 적용했던 법 잣대가 후보 가족에게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게 후보의 철학으로 앞으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 역시 지난 5일 선대본부 쇄신안을 발표하며 “제 가족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제가 일관되게 가졌던 그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 또 제 주변에게도 모두 똑같이 적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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