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사과에도 서울 민심 '요지부동'…선거 때마다 말바꾼 '원죄'
'206만호 받고 107만호 더' 공급폭탄 공약, 윤석열과 차별화 없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모두가 불편을 겪게 됐는데. 결국은 저는 이게 시장과 국민을 존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다. 우리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한들 결국은 국민들의 뜻이나 시장의 흐름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괜히 고집 부린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그 점을 사과드리고. 시장이 부족하다면 우리가 부족한 걸 인정해야 합니다."

지난 24일 밤 YTN과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부동산 공약에 대해 언급한 발언이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일종의 30%대 박스권에 갇히면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조사방식에 따라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비해 열세다.

결국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실정인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가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서울시장이 작성한 '서울시 유권자 정치지형과 대선 전략 함의'에서도 이 후보 지지율의 고착 원인으로 '부동산 문제 부각' 등 불리한 의제 지형이 꼽혔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월 24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 시장에서 연설 도중 눈물을 흘리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불리한 지형 속에서 이 후보는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새 정치 각오를 담겠다며 '큰절'을 했을 정도다.

이 후보는 윤 후보로부터 크게 뒤쳐지던 지난해 11월 24일에도 사과의 큰절을 올린 바 있다. 두달 만에 재차 사과를 한 것이다.

가족 욕설 등 현안 때문이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 이 후보의 대국민 사과는 수시로 이뤄졌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이 후보는 이달 총 4차례 공식 사과했다. 13일 노원구를 방문해서 사과한 것을 비롯해, 21일 서울 매타버스 출발인사에서, 21일 은평구 역사한옥박물관에서, 23일 311만호 주택 공급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과했다.

문제는 이 후보의 이러한 사과 입장에도 서울민심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실정에 직격탄을 맞은 수도권 핵심 지역일수록 이 후보 지지율이 녹록치 않다.

지난 한달 사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등 전국단위 대통령선거 정기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지지율은 윤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이 후보는 약세를 거듭 연출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앞서온 경기 지역 지지율 마저 역전을 허용했을 정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선거 때마다 말을 바꾼 민주당의 '원죄'라고 해석하는 입장도 있다.

문정권 내내 민주당과 정부가 앞장서서 종부세 완화 공약을 폐기했고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켰는데, 이것이 매매 및 전월세 시장을 왜곡시켜 일반 서민이 자유로이 이사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요지다. 부동산 가격 폭등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206만호를 받고 105만호를 더 공급하겠다'는 이재명식 공급 폭탄 공약은 윤 후보와 차별화하기 힘들 뿐더러 실현가능성 마저 희박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25일 본보 취재에 "악화된 부동산 상황에 대해 뭐라 해명할 도리조차 없는건 사실"이라며 "그래서 거듭 사과를 표명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시장에 맞추어 가겠다는게 이재명 후보의 본심"이라고 전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악화된 부동산 민심만 무마하면 된다는 식의 사탕발림 정책공약이 아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당 지도부와 이 후보가 공유해서 모두 다 알고 있고, 적극 보완하고 수정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그는 "실거주 수요자, 1가구 1주택자들까지 포함해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고 누구나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기 쉽도록 제도를 전면 수정할 것"이라며 "이번 한번만 믿어주시길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제 오는 제 20대 대통령 선거일(3월 9일)까진 43일 남았다. 이 후보가 유권자에게 진정성과 신뢰성을 얻기 충분한 시간이다.

남은 선거기간동안 이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공약을 내걸지 주목된다. 아직 대선이라는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